“북한, 10대원칙 수정해 김정은 지배체제 강화”

북한이 지난 39년 동안 손을 대지 않던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10대 원칙)에 김정일의 이름을 삽입하는 등 내용을 수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주된 내용은 ‘김일성에 대한 충성’이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충성’으로 확대된 것에 불과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억누르는 내부통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3대세습 정당성 강화를 위한 김정일 격상’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 2012년 헌법 개정에서도 김정일의 지위를 최고지도자로 명시하고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주체사상’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이른바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등장이다.


이에 앞선 2010년 당 규약 개정에서는 노동당을 ‘김일성의 당’이라고 규정하고 김정일을 김일성의 업적을 계승발전시킨 인물로 부각시켰다. 당시 당 규약 개정은 김 씨 일가의 노골적인 사당화(私黨化)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때문에 이번 10대 원칙 수정은 결국 김 씨 일가 우상화의 연장선으로 북한 주민을 억압,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체계에서 주민들의 사상과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는 우상화 통치 수단이 완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에서 ’10대 원칙’은 ‘최고지도자의 교시’와 맞먹는 영향력을 갖는다. 초법적인 통치규범이다. 주민들에 대한 본격적인 사상사업과 이를 집행해야 하는 간부들의 충성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휠씬 강화된 주민통제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북한 ’10대 원칙’ 개정은 표면적으로는 김정일 우상화 작업의 일환이지만,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북한 사상에 대한 유일한 해석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새로운 10대 원칙은 외형적으로는 김정일 위상을 높이는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김정은의 지배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북한은 수령 유일독제체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의도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수령(김일성), 장군(김정일)에 비해 별다른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김정은이 주민 지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0대 원칙을 강조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에 대해서는 ‘대장 동지’, ‘대원수님’ 등의 호칭이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 입에 딱 붙는 호칭이 없다”면서 “주민들에게 존재감이 미미하기 때문에 사상과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는 10대 원칙을 수정, 강화해 주민들에 대한 사상 통제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성 하면 ‘수령님’, 김정일 하면 ‘장군님’ 등과 같이 신격화된 용어가 김정은에 대해서는 뚜렷치 않다는 것이다.


그가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보였던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 이후 그에 대한 주민들 인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나빠진 측면이 강하다. 특히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김정은은 주민단속을 강화하는 정책을 취했고, 이에 대해 주민들은 “나이가 어린데 경험도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때문에 이러한 민심이반을 새로운 10대 원칙을 통해 무마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정은이 새로운 10대 원칙을 제시함에 따라 향후 개방 및 개혁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김정은이 10대 원칙을 재포장하는 것은 ‘사상에서의 변화는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단순히 아버지를 격상시키는 의미를 넘어, 김정일식 사상통제와 독재 경험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결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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