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 요즘 매서운 추위 어떻게 견디나

지난 주말 한반도를 강타한 기록적인 추위로 16일 오전 서울 기온은 영하 17.8도까지 내려갔다. 부산은 12.8도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서울은 10년, 부산은 96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로 기록됐다. 동장군의 기세는 남쪽만이 아니라 북한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평양도 16일 오전 최저기온이 영하 18.2도로 올겨울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성의 아침 기온도 영하 17.2도까지 떨어졌다. 북한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진 개마고원 일대의 삼지연은 이보다 하루 앞선 15일 아침 기온이 영하 38.3도까지 내려갔다.  

지난 5년간 북한 지역의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진 지역이 상당수 존재했다. 18일 자강도 중강진의 경우 기온이 영하 28.7도를 기록했고, 양강도 삼지연은 영하 25.4도, 혜산도 영하 26.3도에 이르렀다. 북한 전역에서 영하 20도를 밑도는 지역이 7곳이나 관측됐다.


신의주의 경우엔 2006년 이후 1월 평균기온이 영하 5도 안팎의 기온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영하 8도를 넘어섰고, 올해는 영하 9.9도까지 떨어졌다.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1월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신의주 1월 평균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강추위가 계속 될수록 춥고 배고픈 북한 주민들의 고통도 더 커지게 된다. 방한(防寒)대책이 부실한 북한에서는 이런 추위로 상수도가 모두 얼어버려 수자원 공급이 중단되고 식량과 땔감을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석탄이나 나무를 구하지 못한 영세계층은 말 그대로 온기 하나 없는 야생의 환경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땔감의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문과 창문에 아무리 문풍지를 바르고 비닐막을 설치해도 방에 있는 물통에는 살얼음이 얼 정도다. 북한 지역 전체가 군대에서 한 겨울에 벌이는 ‘혹한기 훈련’을 동시에 경험하는 셈이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북한주민들은 저마다 땔거리를 구하기 위해 이미 벌거숭이가 된 산 속을 헤매고 다니기도 한다. 그나마 구한 땔감도 산 아래에서 지키고 있던 산림보원에게 갈취 당하기도 해 주민들의 삶은 여간 고달픈게 아니다.


이처럼 난방을 위한 땔감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 북한 주민들은 석탄을 구하기 위해 달리는 석탄운반 열차 위를 목숨 걸고 오르내리기도 하고, 이 조차 어려운 경우엔 철길의 침목을 뜯어내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적발되면 중죄로 처벌 받는다.


북한에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생들도 고충이 적지 않다. 난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불을 몇겹으로 포개서 두 명이 꼭 껴안고 자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침이면 다시 찬물로 씻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젖은 머리 결 사이로 얼음이 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평양에서는 10대 소년이 학교로부터 겨울 난방을 위해 석탄이나 화목(땔감용 나무)을 구해오거나 현금을 내라는 지시를 받고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지만 며칠째 돈을 받지 못하자 부모와 싸우다 홧김에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자유북한방송은 “최근 북한에서 학교난방용 땔감을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부담시켜 시장에서 석탄, 나무 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혜산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에서는 봄부터 이미 다음 겨울을 날 준비를 하지만 이것으로 겨울을 온전히 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겨울철에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집 안에서도 두꺼운 옷과 양말을 신고 생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땔감을 미처 마련하지 못했거나 부족한 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이 비축해 둔 땔감을 훔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것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이면 추운 날씨로 인해 얼어 죽는 사람도 여럿 된다”며 “양강도처럼 겨울 내내 눈이 쌓여 있는 곳에서는 봄이 돼서야 시체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