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화벌이 기지들, 잣나무 임지 사전 확보 경쟁 치열

2017년 가을 양강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뒤로 잣나무림(빨간 원)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유엔 대북제재로 광물과 해산물 등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의 판로가 막히자 북부지방 외화벌이 기지들이 잣 열매 수출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4일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잣나무 임지(林地)와 들쭉을 확보하기 위해 벌써부터 산림경영소나 잣나무 관리를 담당하는 기업소 등과 흥정(계약)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산림과 나무 열매 등은 해당 지역 산림감독원에게 관할권이 있다. 감독원은 잣나무 임지를 공장이나 기업소에 지정해 잣을 수확할 권리를 배정한다. 기업소들은 여기서 채취한 잣을 외화벌이 사업소에 넘기고 인건비 등을 제외한 차액을 남긴다.

소식통은 “잣나무가 많은 삼수군과 신파군 같은 곳에서는 매일 잣나무림 규모를 측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외화벌이 사업소들이 잣 수확이 아직 두 달 넘게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수출량을 확보하려고 열을 올린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수확한 잣나무 열매의 양에 따라 팔았는데, 지금은 평이나 정보 단위로 팔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잣나무림에 나무 몇 그루가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잣송이가 잘 열릴 수 있는 조건인지가 중요하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수확을 잘 낼 수 있는 지역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잣나무림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지 않을 경우 판매자나 구매자 어느 한 쪽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측량 기술자들이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잣을 채취해 무역사업소에 넘겨서 기업소 운영 자금을 해결하려는 기관들이 많다”면서 “도내 기업소나 기관 간부들은 좋은 잣나무림을 확보하기 위해 산림경영소 감독원들에게 뇌물도 동원한다”고 말했다.

잣나무를 두고 이권 다툼이 커지면서 잣 수확철인 8, 9월에는 타 기관이 관리하는 잣나무림에 침입해 몰래 잣을 따가는 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임지 관리 경계 구역에서는 잣나무가 서로 자신들의 관리 구역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몸싸움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잣나무 관리 단위나 무역사업소들은 본인들이 수확하거나 구매한 잣 열매에 특정한 표식을 해서 절도를 막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잣나무림 1정보를 잘 관리해서 판매하면 기관에서 들인 비용의 4~5배의 돈을 벌 수 있지만, 잣이 잘 열리지 않거나 쭉정이가 많으면 본전을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