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부품을 실은 북한 선박 ‘청천강호’가 파나마 정부에 의해 적발되면서 향후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최근 적극적인 대화제의가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으로 북한의 대화공세 효과도 그만큼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쿠바에서 출발한 이 선박에 실린 물자가 WMD의 주요 부품으로 확인될 경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위반이다. 3차례의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1718·1874·2094호 대북제재는 북한의 ‘무기 금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적발된 군사장비가 SA-2 지대공 미사일의 핵심인 ‘RSN-75 Fan Song’ 등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북한-쿠바 간 미사일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선박이 쿠바에 정박한 시점이 북한 김격식 총참모장이 쿠바를 방문했던 지난달 26일과도 겹친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 커진 상황이다.
쿠바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선박에 실린 물자는 방공 미사일 2기, 미사일 9기의 부품, 미그21Bis 전투기 2대와 이 전투기의 모터 15개 등 20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구식 무기들로 수리 후 쿠바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속 당시 선장이 자살을 시도하고 40여 명의 선원들이 강력히 저항했던 점을 미뤄볼 때 북한의 무기 수출입과 관련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도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파나마 정부가 북한 국적 선박을 검색한 것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면서 “파나마 정부가 요구하면 미국 정부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기꺼이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태도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대화 제의에 2·29합의보다 강화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한성렬 유엔(UN)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후임인 장일훈 차석대사는 미국의 카운터 파트인 로버트 랩슨 국무부 한국과장을 최근 접촉했다. 미북 간 물밑교섭 창구인 뉴욕채널 복구를 통해 미북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불법 무기 선박이 확인될 경우, 양국 관계는 더욱 냉랭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