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대화제의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우리 정부도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것에 대해 ‘대화를 위한 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한미의 입장을 모를리 없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대화를 제의해 애초부터 진정성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은 이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보유국 불인정, 핵개발 불용 입장을 밝힌 상태로 북한의 ‘비핵화’를 생략한 대화는 애당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결정하는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협상에 북한이 참가해야 한다”며 북한의 선(先)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북한의 알맹이 없는 대화공세는 대중 메시지 성격이 짙다. 지난달 방중한 북한 최룡해가 ‘주변국과 대화’를 밝힌 만큼, 중국에 이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자는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화제의 그 자체를 통해 현 국면을 모면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북중 전략대화에 다시 나서려는 것도 중국과 관계개선을 노린 행보다. 19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은 베이징에서 전략대화를 갖는다.
이번 대화 성격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쌍방은 양자 관계,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혀 북핵 문제도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대화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략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가 복원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데일리NK에 “북한의 (대화)행보는 결과를 중시하기 보다는 대화제의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를 향해 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광고를 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북한이 중국이 기대하는 수준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냥 침묵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압박에 의한 대화제의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부딪혀 보자’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적극적인 대화노력으로 ‘주변국과 관계개선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측면에선 북한이 이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중국이 현재 취하고 있는 대북 스텐스를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