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까지 동원해 준비되는 北 간부 송년회

북한에서는 보통 27일 송년모임이 진행된다. 다만 북한의 송년모임은 신분과 권력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에서 연말은 국가적인 ‘기념행사’가 많아 간부들이나 주민들 모두 바쁜 일상을 보낸다. 김정일의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인 동시에 생모인 김정숙의 생일(24일) 준비로 특히 분주하다.


또한 중앙당 간부들을 비롯해 지방의 도당책임비서, 연합기업소 지배인과 책임비서, 지방기관의 책임간부들은 28일경 평양으로 올라가 새해 경축연회까지 참가해야 한다.


이 기간 평양은 김정일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간부들의 새해인사가 이어지고 지방은 김정일 일가(一家)를 우상화하는 각종 행사들이 넘쳐난다.


때문에 헌법절인 27일에 보통 각 단체·조직별로 망년회(송년회)가 조직된다. 이날 하루만은 지인들끼리 모여 1년간 힘들게 지고 다녔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김정일·김정숙 ‘우상화’ 끝나야 송년 준비


당·행정조직들은 24일 중앙기념보고대회를 비롯해 ‘충성의 노래모임’, 혁명사적관 참관, 영화감상 모임, 시낭송 발표모임 준비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낸다. 


중앙 예술단체들과 지방예술단, 도 예술선전대에서는 거리행사와 예술 공연을 기관·단체별로 치열한 경쟁 속에 진행한다. 중앙당과 도당 ‘행사직관실'(홍보실)에서는 거리장식과 김정일·김정숙을 형상화한 각종 포스터를 설치, 명절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국가적인 명절이기 때문에 인민반별로 명절공급이 나온다. 지방 당·행정기관의 능력에 따라 가구당 보통 술 1병, 기름 20g, 과자 500g 정도가 공급된다. 다만 회령시의 경우는 김정숙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공급량과 품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함경북도 도당책임비서를 비롯한 간부들의 경우 이날 아침 6시에 회령을 향해 출발, 김정숙 동상에 참배한 후 도소재지(청진시)로 복귀해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행사에 참가한다. 이후 저녁에는 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간단한 파티를 조직한다.


그러나 노동자들과 주민들에겐 무척 괴로운 날이다. 먹고 살기 바쁜데 각종 행사준비와 참여로 들볶이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은 가정주부나 시장상인도 행사에 동원돼야 하기 때문에 다음날 생계고민에 무거운 심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다음날인 25일엔 행사총화를 한다. 도당에서 행사일정을 감시·통제해 간부들의 ‘충실성’을 검증하기 때문에 간부들에게는 긴장의 연속이다. 총화까지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큰일을 제쳤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주민들에 있어서도 긴장감은 한층 누그러진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망년회 준비에 들어간다. 간부들에게는 송년회 준비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일반 주민들의 경우는 다르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온갖 시름을 내려놓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행사 준비에 고심한다.


◆예하기관·범죄자들까지 총동원되는 간부 송년회


당·법(보위, 검찰, 보안)·무역부문 간부들의 송년파티는 호화롭다. 간부들은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예하기관과 관련기관에서 의례히 파티에 쓰일 준비물품들을 송달해주기를 기다린다. 농축산물과 같은 것은 농장 간부들에게 직접 분담시키기도 한다. 범죄자들을 동원해 준비하기도 한다.


예하기관 등에서는 부서별로 찹쌀을 비롯해 꿀, 축산물(돼지, 염소, 개 등), 각종 수산물과 과일, 고급술, 담배 등을 미리 준비해 간부들의 송년행사에 맞춰 올려 보낸다. 모임에는 공장·기업소 ‘예술선전대’ 성원들도 참가시킨다.


이와 별개로 각 기관 부서들에서는 단위책임자를 부서 송년모임에 모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당기관의 경우 부서별로 일반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게 과장이나 부장의 집을 선택해 송년회를 조직한다. 보통 6~7명 정도가 참가하고 15kg이상 되는 개·염소와 수산물, 두부, 산나물, 과일 등을 준비한다. 책임비서나 조직비서도 모임에 초청해 녹음기를 틀어놓고 노래도 부르며 송년회를 즐긴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면 미리 따로 준비하였던 고기, 과일, 술, 담배를 비롯한 부식물(2kg)정도의 꾸러미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이때도 고위 간부들은 보통 5~10배 많은 양을 챙긴다.


◆직접 생산한 제품 팔아 준비하는 주민 송년회


간부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주민들은 작업반(10~20명) 규모로 나름의 송년모임을 준비한다. 소위 잘나가는 작업반에서는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의 일부를 시장에 팔아 음식 등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여력이 되지 않는 곳에서는 회비를 모아 준비한다.


20명 정도의 모임일 경우 보통 흰쌀10kg(떡), 돼지고기5kg 술10kg 두부20모, 수산물3kg,산나물, 콩나물, 김치 등 일반적인 음식들로 준비한다.


이러한 송년모임은 기관기업소나 조직별 당세포, 직맹·여맹·청년동맹 초급단체, 대학 학급별로 조직된다. 모임은 식당 등이 아닌 개인집에서 진행되고, 간부들을 초청하는 것이 관례다.


모임은 보통 책임자(모임을 주선한 사람)가 술잔을 들고 “우리 작업반은 1년간 많은 일을 하였다. 특히 성과는 당에서 요구하는 문제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정확히 집행했다는 것이 성과이며 연중 서로서로 안 좋은 문제들로 엉킨 마음들은 한잔 술로 녹이고 이 계기를 통해 더욱 단합하여 내년에는 더 많은 성과를 이룩하자”는 발언으로 시작된다.


이후 식사를 하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즐겁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