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사분오열에 감정싸움…·이러다 배가 산으로?

범여권이 대통합 퍼즐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제각각 방법을 두고 행보를 달리하는 데다 서로간 감정싸움까지 치달으면서 단시간에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먼저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선 시간이 촉박하다. 늦어도 7월 말까지는 ‘대통합 신당’을 창당해야만 8, 9월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범여권 제반 세력은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유력 예비 주자들이 잇따라 중도포기를 선언하면서 ‘유력후보 중심 통합론’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먼저 세력을 통합한 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채택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방법은 크게 ‘대통합’과 ‘소통합’ 두 가지다. 쉽게 말해 범여권이 한번에 재결집해 단일대오로 가자는 게 대통합이고,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우선 통합할 수 있는 대상부터 단계적으로 합쳐 나가자는 게 소통합이다.

“열린당 집안싸움 한창”…6월 통합의 물꼬 틀까?

대통합을 위해 시한부 전권을 이임 받은 열린당 지도부는 6월 14일까지 통합의 밑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특정주자 배제론’이라는 암초에 걸렸고, 정대철 고문 등이 15일 탈당을 공언하면서 내분마저 심화된 상황이다.

일단 지도부와 탈당파 간의 갈라지면서 열린당 해체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열린당 지도부는 ‘소통합’과 ‘특정주자 배제론’에 대해 반대한다. 정당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통합은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 특정세력을 배제하는 것은 ‘대통합’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통합 이전 탈당을 통한 세력화에도 반대한다.

탈당 등을 통한 세력 결집은 오히려 통합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시민사회세력 주도로 당 밖에 제 3지대를 만들고 여기에 열린당 및 민주당, 중도개혁통합신당 세력이 재집결하자는 이른바 ‘제 3지대론’을 주장한다.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탈당파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도부가 통합을 주도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 이상 탈당을 통해 세력화를 시도해 열린당 색채를 지운 후 시민사회세력과 재정당과의 본격 통합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2차 탈당파’의 규모는 20명 전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에 이미 탈당을 기정 사실화한 정동영 전 의장과 고심중인 김근태 전 의장이 참여할 경우 규모는 50~80여명 늘어나 통합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

“민주당, 통합신당 소통합 잠정 합의”…DJ-盧 합의 변수

‘소통합’은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추진하는 방식이다. 양당은 이미 ‘특정주자 배제’를 제외하고는 잠정합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통합의 물꼬를 튼 이후 열린당 추가 탈당세력을 합류시켜 규모를 키운 뒤 시민사회세력과 결합, 범여권 대선후보들을 참여시킨다는 구상이다.

다만, 열린당 지도부나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의원 등과 감정의 골을 어떻게 매울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또 친노세력의 집결도 변수가 될 수 있다. 14일을 전후해 상당수의 의원이 탈당하게 되면 열린당은 해체수순에 접어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 사수를 주장하는 ‘친노세력’과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결집하고 여기에 이해찬 전 총리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최근 ‘훈수 정치’로 대통합을 재촉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도 변수로 작용할 듯 보인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한 목소리를 낼 경우 통합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제각각 목소리는 높지만 불협화음이 심각한 범여권이 통합에 이르기까지는 온통 가시밭길이다. 가시밭길을 뚫고 통합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실망을 넘어 무관심의 단계로 진입한 ‘민심’을 되돌리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대선 최대의 난적은 이미 경선에 돌입, 여론몰이를 하고있는데도 여전히 밥그릇 싸움에 몰두해 있는 범여권이 지리멸렬한 ‘대통합’ 논의를 일단락하고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인가에 6월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사공이 너무 많은 게 흠이다. 강이든 바다든 물로 나가야 할 배가 자꾸만 산으로 가고 있다. 통합에 대한 말만 무성하지만 구심이 없다. 각 세력마다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고 다시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수순마저 고려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