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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서 납북된 중국 여성 홍렝잉(孔令)의 신원을 확인해준 영화배우 최은희씨가 지난 18일 홍씨의 가족들과 서울 모처에서 감격의 만남을 가졌다고 RFA(자유아시아방송)가 20일 보도했다.
<일본인납북자구출회>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부회장의 주선으로 성사된 이 만남에는 홍씨의 아버지와 남동생이 동석했고,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니시오카 부회장은 1978년 마카오에서 납치된 홍렝잉(당시 20세)씨가 최은희-신상옥씨의 수기「내레 김정일입네다」에 나오는 ‘홍여인’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마카오 경찰에서 입수한 홍렝잉의 사진을 최은희씨에게 보여 줬다. 최 씨는 이 자리에서 “내가 북한에서 만난 홍여인이 틀림없다”고 확인해 주었다.
최은희씨는 수기에서 ‘당시 미스홍이 동생 같기도 하고 자신과 비슷한 수법으로 납치돼 몇 달 동안 혈육처럼 지냈기 때문에 잊혀지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올해 85세인 홍 씨의 아버지는 최 씨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서 딸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준 최은희 씨를 꼭 만나고 싶었다”며 “최 선생의 증언 때문에 우리 딸 소식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여든이 넘은 나이지만 여기까지 왔다”고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이 날 만남에서도 홍 씨에 대한 가족들의 기억과 최은희씨의 증언은 일치했다.
북한에서의 홍렝잉 얘기에 가족들 눈물 쏟아
홍 씨의 아버지가 납치 당시 중국 본토에 있어서 같이 살지 못했다는 것, 어머니가 바느질을 해서 두 남매를 학교까지 보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홍 씨가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보석점에서 일을 한 사연들은 최은희씨도 북한에서 홍 씨를 통해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최은희 씨는 가족들에게 북한에서 홍렝잉씨와 만나게 된 사연과 혈육처럼 가까이 지내다가 헤어지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홍 씨의 가족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홍 씨의 아버지는 최은희 씨에게 “다음엔 우리 딸이랑 같이 만나자”며 “그때가 되면 내가 80이 넘겠지만 그날까지 건강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홍렝잉씨는 1978년 7월 일본 관광객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마카오에서 북한으로 납치됐었다. 같은 날 또 다른 중국여성인 소묘춘(蘇妙珍·당시 22세)과 태국여성 아노차 판조이(당시 24세)도 실종됐다.
아노차 판초이의 존재는 2004년 7월 일본에 정착한 찰스 젱킨스의 수기「고백」를 통해 확인된 바 있지만, 소묘춘의 행방에 대해서는 최은희씨도 아는 바가 없다고 한다.
70년대 유명 영화배우였던 최은희씨는 1978년 남편인 영화감독 신상옥씨와 함께 북한에 납치됐다가 9년만에 탈출했다. 이후 납치과정과 북한에서의 생활을 담은 수기를 통해 평양 초대소에서 만난 중국인 홍 여인에 대해 밝혔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