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조“南 민주주의는 北체제와 연방 못한다”

최근 서점가에서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랜덤하우스중앙 刊)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남북관계를 조명한 책이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간 것은 책 제목 만큼이나 도발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박성조 교수는 분단된 독일의 통일과정과 그 이후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현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과 종신교수이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평생 학문의 길만 걸어온 노학자는 단호히 말한다.

“동족은 없어도 살지만, 자유가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는 민족이 한 지붕 밑에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유, 인권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에게서 ‘남과 북 이대로 뭉치면 죽는 이유’를 들어봤다.

-통일 독일을 평가하면서 민족주의적 접근을 비판했는데

독일 통일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을 본 결과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당시 독일 사람들은 통일을 영토를 회복하고 동족끼리 한 지붕 밑에서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 살다 보니까 이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한다. 동서독간에 여전히 격차가 크고 감정의 골도 깊다.

서독과 동독은 같은 혈통이면서도 분단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민족이 됐다. 거기서 오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 국민의 통합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 인권, 시장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그 사람을 모르면서 무조건 같이 산다는 것이 위험하다.

-민족주의가 통일 독일 경제에 미친 영향은

통일 당시 동독은 동구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잘 살았다. 독일이 통일할 때는 서독도 경제성장이 괜찮았다. 지금은 성장율이 2%도 못 미친다. 2019년까지 매년 4%를 동독에 지원하도록 법적으로 정해놨다. 지원이 투자에 들어가면 그래도 괜찮다. 전부 소비에 들어가고 있다. 그냥 먹여 살려주는 돈이라고 보면 된다.

경협 통한 남북통합, 현실 아닌 이상

서독은 지금 규모의 투자를 지속할 능력이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막연하게 민족주의를 내리깔고 일단 통일하자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경협을 하다 보면 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고, 결국 통일된다는 것은 이상이다. 현실이 아니다. 북한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체제의 특징을 짧게 정리해본다면

북한은 세상에 극히 드문 체제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권력자가 장기집권을 하지만 북한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이어가는 체제는 아니다. 북한을 ‘사회’로 보기 어렵다. 사회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로 볼 수 있는 다양한 계층, 커뮤니케이션, 시장, 언론 등이 작동되지 않는다. 오직 스탈린보다 가혹한 정치권력만 살아 움직이고 있다. 김정일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존중되지 않는다.

북한 경제는 4중적 규제를 받고 있다. 김정일-당 수뇌부-당-관청으로 이어지는 체제다.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렵다. 이 4중 통제가 수직적으로 작동해 위에서 지시를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체제다. 이 수직 체계에 보통사람이 진입하기는 어렵다.

-북한에 대한 접근에서 국내 좌와 우의 시각 차이가 뚜렷한데

우리가 통일하는 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존중, 자유 이런 개념을 빼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통일도 불가능하다. 이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 독일은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주의도 하지 않고, 시장경제도 없는 남북공조와 북한식 연방제는 불가능하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시장경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 점에 대해서 북한에 분명히 알리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어설프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내 동생이 공산주의자라면 같은 집안에서 살 수 있겠는가? 나라면 살지 못할 것이다. 부부라면 결국 이혼한다. 동족 개념으로 같이 살아야 한다면 나는 승복할 수 없다.

“지원하면 북한도 따라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햇볕정책에 관해 몇차례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베를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두고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내가 6.15 공동선언에서 ‘낮은 수준의 연방제와 국가연합이 유사성이 있다’고 말한 것은 매우 위험하다, 대통령은 군사독재에 반대해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위해서 일하신 분이다, 그런데 남측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북과 연방제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김 전 대통령이 “그것은 나중에 따라온다”고만 말했다. 지금까지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해온 김정일이 언젠가는 변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나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 전 대통령이 낮은 수준의 연방제로 가자고 한다. 과연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경협도 잘 되고, 사람들이 잘 교류하면 그분은 낮은 수준의 연방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협과 교류에 대해서 공상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추진된 햇볕정책을 평가해달라.

긴장상태가 완화된 것은 있다.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괜찮다. 그 이상을 원한다면 햇볕정책은 망상이다. 그동안 우리의 주장을 관철한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북한정권 자체가 변화한 것은 제로다. 경협이나 지원을 통한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막연하다. 이러한 기능주의는 서로 상이한 체제와 가치관을 가지고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사실 북한에 대해서는 기능주의적 파급효과가 제로다.

-햇볕정책을 서독의 동방정책과 비교한다면.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많이 퍼줬다. 브란트가 동방정책 할 때도 국민들에게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브란트는 지원을 하면서 정치범도 석방시켰다. 동독에 대사관을 만들었다. 이산가족 명단을 교환하고 직접 방문하게 해줬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서독에서 살게 해줬다. 이런 것을 얻어내야 한다. 이런 것을 얻어내야 국민적 동의력이 생긴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김정일과 측근에만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정일을 다룰 때 남한은 이빨도 없이 끌려간다. 우리도 이빨이 있고, 우리가 볼 때 나쁜 것은 안 된다는 말을 해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인권문제도 당연히 이야기 해야 한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민주주의는 투명한 것이다. 인권문제는 직접 바로 이야기 해야 한다. 식량을 지원하면 북한의 인권이 개선된다는 것은 역설적인 주장이다. 소말리아, 이디오피아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그 지역이 인권개선이 됐는가?

식량지원과 인권개선은 정비례 안해

혁명이나 전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와 서방국가간의 협력체제를 통해 북한 사람들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아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결국 인종문제를 풀었다. 20년 정도 걸렸다. 햇볕정책은 시작한 지 10년 됐다. 북한 내부가 과도한 점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북한 변화를 어떻게 유도해야 하는가?

김정일 체제가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김정일과 체제, 정당 수뇌부가 없어야 한다. 행정관청만 남아야 한다. 그들이 변화의 대상이다. 북한에는 핵하고 감옥밖에 남지 않았다. 이것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국제사회와 기구들이 식량 모니터링이나 인권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는 NGO들의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일을 많이 한다. 북한 사람들을 가르치고 협력사업을 펼친다. EU 차원에서 북한 사람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활동을 남한 단독으로는 북한 당국이 허락하지 않는다.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우리도 그런 다자간의 협력체제를 구성해야 한다. 북한에 직접 들어가서 북한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 구호활동 중에 교육활동이 필요하다. 북한의 젊은 리더들이 깨닫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정부가 북한에 취해야 할 정책은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을 버릴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만약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북한 인권문제에 함구하고 다른 나라에 큰소리치면 우리는 고립된다. 우리가 인권이나 외교적인 상황에 부닥칠 때 동맹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나중에 김정일 이후 변화된 북한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성장해왔다. 젊은 세대는 더욱 그렇다. 그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행동방식을 무시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 앞서 동포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민주주의가 우선이라는 신념을 우리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면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했고, OECD 가맹국이 됐다. 자랑스러운 것이다. 서구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관을 배워서 내면화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영남에 가나 호남에 가나 개인의 자유존중, 인권존중을 해야 한다. 이것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통일은 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자유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