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운동 진영에서 시쳇말로 요즘 ‘뜨는 인물’은 단연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다. 과거 전대협 조통위 출신으로 민주노동당의 종북성향을 꿰뚫고 있다. 그는 후배 이정희 대표에게 종북 수렁에서 나올 것을 충고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어제는 스위스 북한 대사관 앞에서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펼쳤고 다음날 서울로 돌아와 대북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3일 망원동에 위치한 열린북한방송 사무실에서 하 대표를 만났다. 그는 아직 이정희 대표에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혹시나 당차고 똑똑한 이정희 의원이 대표가 되면 민노당이 종북성을 극복하려나 기대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이 대표와 민노당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을 공격하기 보다는 대한민국을 공격하고, 북한 3대세습은 ‘침묵’으로 옹호하더군요…”
지난 7월 27일, 이정희 민노당 대표 취임 1주년을 기해 하 대표는 이 대표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정희 대표와 민노당 측은 아직까지 하대표의 편지에 묵묵부답(黙黙不答)이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종북’과 관련된 윤리성의 우위는 이정희 대표와 민노당이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이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때문에 인터넷에 수많은 ‘악플’에 시달릴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가 10년 전에 이와 같은 편지를 썼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공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실체가 공개된 상황이기 때문에 나를 두둔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이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후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 “그 이후 나에게 ‘당신이 틀렸다’면서 정면으로 비판해 오는 사람이 없었다. 인터넷 상의 악플도 거의 없었다. 굉장히 놀랍다”면서 “진보진영에서도 50%정도는 내 의견(편지)에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민노당 대표 취임 1주년을 기념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3대세습은 전략적인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하 대표는 “민노당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 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3대세습을 ‘전략적 묵인’이라는 미명아래 허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당이라면 가치이념에 배치되는 것은 반드시 비판해야 한다. 만약 민노당이 집권한다면 ‘국가전략’으로 평가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대세습이라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이것을 묵인하는 것은 민노당이 민주주의을 실현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면서 “민노당은 독재와 민주주의의 담벼락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태경 대표는 “민노당은 독재와 민주주의의 담벼락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김봉섭 기자 |
한편, 하 대표는 재야시절 ‘통일맞이’라는 통일단체를 세우면서 함께 생활한 문익환 목사에 대해서 “그는 종북주의자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일례로 문 목사가 김일성을 만나 포옹하는 사진을 들어 설명했다. 하 대표는 “문 목사가 능동적으로 김일성에게 다가가 먼저 포옹했다. 이는 종북주의자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종북주의자는 ‘주종(主從)의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김일성이 먼저 포옹을 청해야 안길 수 있다. 하지만 문 목사는 김일성을 ‘대등한 관계’로 봤기 때문에 먼저 능동적으로 포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목사는 단지 김일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통일 물꼬를 트려고 방북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문 목사가 살아있었다면 천안함 사태를 보고 ‘조작설’을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종북세력 같은 반응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