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과 ‘빅딜’ 시도할까

북한이 예고한 로켓 발사 시점이 다가오면서 오바마 진영에서 선거 참모를 지냈던 인사들이 잇따라 북.미 직접협상의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핵.미사일과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에너지경제지원 등을 한번에 해결하는 ‘빅딜’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오바마 대선캠프에서 한반도 팀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미 상원 외교위원회 선임 전문위원은 23일 위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해 과잉대응을 하면 안 된다”며 북.미 미사일 협상 재개 등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을 주문했다.

자누지는 또 “만약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거나 수출하지 않고 생산하지 않는다면 이를 요격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계속 배치하거나 알래스카에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더 저렴할 것”이라고 지적, 협상의 유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역시 오바마 캠프에 몸을 담았던 아트 브라운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아시아담당 책임자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뒤 미국이 북한과 평화조약과 핵문제, 로켓문제 등을 포괄한 양자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북핵 6자회담을 제치고 북한에 평화조약과 영변 핵시설 동결, 대포동 2호 실험 중단을 포함하는 더 큰 협상을 제시하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 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북한과 양자협상을 시도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과 북한 사이의 ‘빅딜’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관계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나 6자회담 진행 상황, 최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빅딜’ 가능성은 현저히 작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외교 당국자는 24일 “핵을 포기 안 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아내기 위해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는 지금까지의 북한의 행태로 볼 때 미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과연 북한이 핵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한번의 거래로 포기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그런 ‘빅딜’로 북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한.미로서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이는 6자회담에서 비핵화 2단계(핵불능화)가 끝나고 3단계(핵폐기)에 돌입한 시점에 구상 가능한 협상 전략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당국자는 “자누지나 브라운 모두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결정선상에서 벗어난 인물”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방한 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보즈워스 특별대표 발언의 맥락에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누지 위원이 북한 로켓에 대한 과잉대응을 경계한 것은 로켓 발사 때문에 비핵화 과정의 동력 상실을 우려한 것으로,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미사일 문제도 대북 대화 의제로 삼고 싶다며 대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즉, 미사일 문제를 북핵협상 의제에 포함시키는 것은 별도 문제로 치더라도 일단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후에도 북측과 미사일 및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이 점은 우리 정부도 다르지 않다.

실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23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에도 북핵 문제를 대화로서 풀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후반 예상되는 한.미.일 3국의 워싱턴 회동에서는 북핵 검증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이 동력을 잃지 않도록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각국의 대응책에 대한 수위 조절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 당국자가 최근 사석에서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때 아무 대응 없이 지나갈 수도 없겠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한 데서도 이런 기류가 감지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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