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사죄 日 아베에만 해당되는 교훈인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의 공개청문회가 20일부터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날은 ‘살아서는 나올 수 없다’고 알려진 14호 개천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출신 신동혁 씨와 세 차례 북송에도 탈북에 성공했던 교화소 출신의 지현아 씨가 증언했다.


‘밀 이삭 5알을 몸에 숨겼던 7살 아이는 그 자리에서 맞아 죽었다’ ‘누룽지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어머니와 형의 수용소 탈출 계획을 고발했고, 결국 공개처형 됐다’는 증언은 처음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만든다. 그러나 북한인권단체 종사자들은 이러한 사례가 수도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조사단은 27일까지 공개·비공개 형태로 수많은 탈북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조사단은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통해 북한 땅에서 자행된 ‘반인도범죄’를 9가지 범주에서 규명할 예정이다.


9가지 범주로는 ▲식량권 침해 ▲고문과 비인간적 대우 ▲강제구금 ▲정치범수용소 ▲계층 분류에 의한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생명권 침해 ▲아동의 자유침해 ▲외국인 납치를 포함한 강제실종이 포함된다. 조사위는 이번 한국 방문 결과를 토대로 9월 유엔인권이사회와 10월 유엔총회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3월 최종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이번 COI 청문회는 그동안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이뤄져 왔던 탈북자들의 증언이 국제기구 주관 행사로는 처음 한국 땅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한 COI 설립은 지난 15여 년 동안의 북한인권 활동의 방향을 바꾼 역사적인 날로 꼽힐 만큼 중대한 일이다.


COI 활동은 유엔이 가동할 수 있는 인권 메커니즘 가운데 거의 마지막 단계에 가까울 만큼 강력한 조치다. 북한인권 문제의 특징은 권력체계를 활용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며, 체계적으로 장기간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수년간 경고했음에도 북한은 딴청만 피워왔다.


결국 국제사회는 북한 지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돼 김정은을 ICC 제소 결정을 내릴 단서로 사용될 수 있다. 


김정은에 대한 ICC 제소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가 충분히 예상될 만큼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중국 역시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어서 북한인권 개선에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당국 간 신뢰를 쌓아 가자는 호의(好意)도 중요한 일이지만, ‘주민을 굶겨 죽이지 말고, 수용소에서 학대하지 마라’는 강력한 압박도 필요하다. 수용소 같은 특정한 장소뿐만 아니라 대다수 주민들이 가혹한 생존환경에 방치된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COI 활동에 우리 국민들도 화답해야 할 때다. 북한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빨라진 발걸음에 같은 민족으로 당사자인 우리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1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나치 강제수용소를 방문해 고개를 숙였다. 나치가 1933년부터 1945년 독일 패전까지 유대인과 정치범 등 4만여 명의 집단학살에 대한 참회였다. 과연 이 장면이 일본 아베 수상에게만 교훈이 될 것인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20여만 명의 소리 없는 죽음을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역사적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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