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러시아에서 휴대전화 감청기기를 들여와 국경지역에 새롭게 배치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이로 인해 탈북가족, 밀무역자 등이 전화통화를 하다 시범케이스로 적발돼 보위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9월 중순 도보위부 반탐처가 국가보위부에서 내려 보낸 러시아산 휴대전화 감청기기를 설치했다”며 “한국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새로운 감청기기에 단속된 사람 7명이 반탐처 취조실에서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체포된 사람들은 한국과 통화를 하던 중 걸렸거나 감청을 하는 것도 모르고 통화과정에 이름이 호명돼 보위부 추적 끝에 끌려갔다”며 “심문과정에 정치적 문제에 관여된다고 판단되면 보위부에 감금돼 집중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운 감청기기는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8월 말경 국가보위부 반탐국장 인솔 아래 인민무력부 직영 매봉무역총회사가 들여왔다. 현재 중국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 평안북도에 두 대씩 배치됐으며 도보위부 반탐처에서 관리하고 있다.
기존 북한 당국이 사용하던 중국산과 독일산은 각각 전파 방해와 위치추적에 사용돼 왔으나 낮은 성능으로 신호가 센 기지국 전파 탐지에 머물렀다. 즉, 휴대폰에서 발신하는 전파는 신호가 약해 탐지를 하지 못하고 기지국에서 휴대폰에 보내는 신호를 탐지한 후 통화 가능지역을 선별해 반경 수십 미터 이내를 토끼몰이식으로 뒤지는 방식이었다.
이에 비해 러시아산 감청장비는 목소리 구분과 통화내역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국경지역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보안전문가들은 중국 휴대전화 중에 CDMA 방식의 전파는 감청이 매우 어렵지만 유럽형 GSM 방식은 감청장치와 분석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 김정은은 정보 유출입 차단을 위해 국경지역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벌여왔다. 국경지역을 통한 외부정보 유입이 주민들의 반(反)사회주의 사상과 지도부에 대한 불신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후계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각종 검열대 파견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감청기기까지 도입되자 주민들은 혹시 자기에게 불똥이 떨어질까 불안해하면서도 지나친 단속에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비싼 돈을 들여 사람 잡는 기계를 외국에서 수입하지 말고 그 돈으로 식량을 들여오면 얼마냐 좋냐’, ‘왜 잘 먹일 생각은 안하고 못 살게 굴 궁리만 하는지 모르겠다’ 등으로 (김정은을) 욕하고 있다”며 감청기기 도입에 대한 주민 반응을 전했다.
국경지역 주민들 속에서 중국 통신망을 이용하는 핸드폰 사용자가 급증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초기엔 사사여행자나 중국과 밀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해 왔지만 한국의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대거 유입시키면서 급증했다. 최근엔 탈북, 현금전달 등을 위한 주요 연락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