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무조건 좋나?…“北 내부개혁 조건 걸어야”

200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대규모 남북경협이 합의됐지만 한국의 무원칙적 대북지원이 북한의 경제개혁을 오히려 막고 있다는 문제 인식은 북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 남북정상간 합의에서도 대규모 경협이 논의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개혁개방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모순된 결과도 떠안게 됐다.

한국 정부의 이같은 대북지원 지상주의가 북한 당국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그동안의 경고를 이론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책이 출간돼 주목된다.

2007년 3월 출판된 <구호와 개발 그리고 원조>는 유엔기구, 세계은행, OECD 개발원조 위원회 등의 원조와 개발에 관한 이론 및 업무추진방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 박형중 통일연구원 평화안보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적인 구호 개발 및 원조는 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 대북지원에 대한 통찰을 발견해 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정부의 대북지원은 남북당국간 관계유지를 위한 ‘정치적 원조’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세계식량기구의 대북지원이 인도주의적 목적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한국정부는 북한정부로부터 ‘정치적 반대급부’를 기대하며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원 물자의 관리체계 또한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개발원조는 원조수용국 정부의 개발에 관한 의지와 능력에 따라 결정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개발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정부만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되고 궁극적으로 원조가 종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경제개발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정부가 아니다. 이제 막 대량아사에서 벗어난 시점에 실시한 핵실험과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에 대한 통제정책은 이를 증명해 준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한국은 북한당국의 행동과는 관계없이 대북지원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정부가 2002년부터 매년 비료 30만 톤, 곡물 50만 톤을 지원해왔지만 이는 경제발전에 투자해야 했던 북한당국의 노력을 군사력강화와 정권유지에 쓰이게 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대북지원이 북한당국의 자구적 노력을 감소시키고 만성적 의존상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또 북한 경제난의 근본원인은 하부구조(도로, 철도, 항만, 통신, 에너지 등)의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의 오류이기 때문에 개발원조 또한 정책과 제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기한다.

실제 북한의 곡물수급상황을 보면 대체로 2000년 이후 최소 수요량은 공급되고 있지만, 북한당국의 관리상 문제로 식량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공급 부족 문제보다는 내부 빈부격차에 따른 곡물 취득 가능성의 불평등, 일부 기관 또는 상인의 매점매석에 의한 인플레이션 등이 보다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지원에 앞서 북한정부가 스스로 합리적 (제도와 정책의 개혁을 핵심으로 한) 경제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정책적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경우 보상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지만, 이제는 북한이 국민생활 개선을 위한 대대적 내부 개혁에 추진하게 될 때 지원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도 저자는 강조한다.

또한, 에너지 및 원자재 지원과 식량지원 시에는 세계식량기구처럼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 등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됐는지 모니터링이 항상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북한의 변화와 개방유도라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의 평화와 화해라는 유지하기 위한 명목으로 지금껏 이를 외면해 왔다.

이번 2007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남북공동선언’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들이 합의되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어떠한 지원도 북한 경제의 궁극적 회생을 이끌어낼 수 없음을 우린 이미 지난 10년간 충분히 봐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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