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박스 확보한 北,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엔…

북한이 오는 31일 예정됐던 외국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남북공동 투자설명회를 뚜렷한 이유 없이 일방 연기해 애초부터 ‘달러박스’인 개성공단 재가동에만 관심을 뒀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3통(통행·통신·통관) 관련 분과위 회의도 북측의 일방 연기로 무기한 연기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북측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가 “현 시점에서는 공동투자 설명회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난 11일 북측에 전달한 이후 4일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이 지난 9월 10일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3통 문제와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투자설명회’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개 이후 북한의 전향적 입장으로 평가할 만한 합의는 북측의 일방 연기 등으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6일과 같은 달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3통 분과위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이후 지금까지 회의 일정에 대한 우리 측 요구에 아무런 답변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정부의 이번 ‘투자설명회 연기’ 결정도 북한이 우리 측의 거듭된 개최 요청에도 제대로 된 응답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달러박스인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실제로 합의할 의사가 없음에도 공단 내 인터넷과 핸드폰 사용, 국제화에 협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통 문제서 핵심인 공단 내 인터넷과 핸드폰 사용은 북한 체제의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남북경협인 개성공단을 남북관계 악화라는 정치적 사안과 연계시켜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개성공단 협상과정에서 남측에게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벌크캐시(bulk cash·대량 현금)’를 확보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 우리 정부가 ‘先사과 後협의’라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자 더 이상 끌려갈 수 없다는 판단에 개성공단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어깃장’을 부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최대 국책 사업인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남한 관광객들을 확보하려는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1차 목표를 확보한 북한이 금강산 문제를 위해 개성공단 속도 조절에 나선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최악으로만 치닫게만 하지 않으면서 ‘몽니부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으로는 이익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에도 실리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움직임만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북 전문가도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달러만 챙기고 자신에게는 불리한 다른 논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북한의 태도를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이 남측과 한 약속을 정치적인 대내외 요인 등으로 언제든지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이외의 발전적인 부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남북이 합의한 3통 문제나 개성공단 국제화는 북한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아니다. 북한이 아쉬운 것은 달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