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은 평양에”…’굿바이 평양’ 시사회 열려

멀게만 느껴졌던 북한의 평양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굿바이 평양’ 시사회가 17일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영화는 양영희 감독의 조카인 ‘선화’를 중심으로 평양의 일상을 비춘다. 양 감독은 시민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오롯이 카메라에 담아 관객들에 미지의 땅 평양을 소개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굿바이 평양’의 언론시사회가 17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양영희 감독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봉섭 기자

영화는 양 감독이 1995년부터 2천년 중반까지 평양에 수차례 드나들면서 찍은 영상으로 구성돼 있다. 양 감독은 정치적인 색채를 배제한 채, 조총련 간부였던 아버지가 일본에서 북송시킨 세 오빠들의 가정을 담담하지만 차분하고 밝게 그려냈다.


하지만 양 감독의 조카인 선화가 자라면서 김정일의 찬양시를 암송하고 노래하는 모습 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양 감독이 외부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물을 때 숨죽여 대답하는 선화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한다.


영화에서 양 감독이 선화에게 “(일본에서 선화에게 선물로 가져온)미키마우스 양말은 미국 그림인데, 몰수 안 당하니?”라고 묻자 선화는 양 감독에게 “이거 미국 그림인지 몰라”라고 속삭인다.


또한 선화와의 마지막 만남에서도 양 감독이 외부세계의 ‘연극’에 대해 말하자 선화가 조용히 비디오 카메라를 끄게 하더니 “고모가 하는 연극이야기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고모만 괜찮다면 얘기해줘요. 안 듣는 것 보다는 나아요”라면서 자막으로 처리된다.


영상 속의 평양은 거리를 가로지르는 전동차, 인민학교의 해맑은 아이들, 또 양 감독 세 오빠의 밝은 가정 등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온전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잦은 정전, 정해진 시간에만 나오는 식수 등 북한의 현 실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양 감독의 생일 축하를 위해 방불을 끄자 양 감독의 아버지는 “지금 정전이냐?”라고 묻는다. 이에 아들들은 “생일 축하하려고 일부러 껐다. 아버지도 평양사람 다 되셨다”고 답한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들의 평양에 대한 궁금증을 부분적으로 나마 해소해 준다. 양 감독의 가족 등 등장인물들의 안전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시사회에서 양 감독은 “영상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말들이 많았다. 북한의 가족들에게 피해가 안 갈 것이라고 여기면서 조심스럽게 만들었다”면서 “북한과 평양의 이야기가 아닌 북한의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굿바이 평양’은 내달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