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가족 면담 요청에 DJ측 문전박대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을 비롯해 회원들이 DJ면담을 요청했으나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데일리NK

“전쟁납북자 외면하는 DJ는 방북 자격없다”

한국전쟁 중 북한에 의해 납치된 ‘전시(戰時)납북자’ 가족 50여명이 22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방북할 경우 납북자 문제를 거론해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끝내 거부당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이날 DJ에게 수차례 면담 요청을 시도했지만, DJ 측은 일체 응답하지 않았다. 납북자 가족들은 사실상 면담 거부의사로 판단하고 직접 자택을 방문해 항의농성을 벌였다. 결국 이들은 DJ와 만나지 못하고 문적박대만 당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가족들은 당초 DJ를 직접 만나지 못해도 비서실측에 가족회의 성명서를 제출하고, 김대중 도서관에는 ‘6.25사변피랍치자 명부’와 ‘생사 및 소재파악의뢰서’를 기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서실측은 도서관 내로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워 가족들의 출입을 막아 명부 기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면담을 요청하고 책을 기증하는데 도서관 밖에서 진행하라는 것은 상식밖이라고 항의했다.

이날 항의방문에 참석한 이미일 이사장을 비롯한 <가족협의회> 이사들은 “당초 면담 성사가 되지 않을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도서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박대당할 줄은 몰랐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납치를 당해본 경험자로서 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않된다”고 지적했다.

이미일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이 우리의 면담을 거부하는 것은 납북자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법적인 근거를 남길 수 있는 내용증명서를 보내 면담을 재차 요구할 것이며, 향후 김 전 대통령 방북이 재추진되면 드러누워서라도 저지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이 납북자 가족들의 애절한 호소를 외면하고 방북을 강행하려 하는 것은 10만여명의 전시 납북자 인권문제를 덮어버리려는 것”이라면서 “만약 김 전 대통령이 방북해서 납북자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다시 돌아올 명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22일 서대문형무소 터에서 전시납북자 가족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담을 풍선을 날리고 있다.ⓒ데일리NK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께요”

한편 이들은 김 전 대통령 자택 항의 방문에 앞서 전시납북자 송환 촉구대회를 6.25전쟁 당시 납북자들이 수용되었던 서대문형무소 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서 납북자 가족들은 ‘10만 6.25전쟁 납북피해자를 가족 품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납북자 생사확인과 생존자 송환을 남북한 당국에 촉구함과 동시에 납북자를 돌려보내 달라는 희망의 풍선 띄우기 행사 등을 진행했다.

이미일 이사장은 대회사에서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현 정부는 전시 납북자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납북당한 사람의 인권은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희생시켜도 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납북자 황갑성씨의 아들 용균씨(68)는 모친의 빈 유골함을 목에 걸고 나와 “최근 북측으로부터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죽은 사람의 소재라도 알려줘야 남북 화합이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6.25사변피랍치자가족회’가 이미 1951년 부산에서 작성해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낸 청원문을 낭독했다. 이어 이들은 ▲전시납북자 생사확인 ▲ 실태조사와 명단확보 ▲명예회복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