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전면 대화’ 시동걸리나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북 측과 여타 남북간 합의들과 함께 6.15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두 선언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과거 남북 간에 합의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 10.4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해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남북간의 전면적 대화를 제의했다.

◇李대통령, 6.15,10.4 입장표명 하기까지 = 비록 다른 선언들을 함께 거론하긴 했지만 이 대통령이 6.15, 10.4 선언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기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현 정부 출범후 한동안 침묵하던 북한은 지난 3월26일 6.15, 10.4 선언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통일부 업무보고 발언 이후 우리 정부가 두 선언을 부정한다는 주장과 함께 대남 비방 기조를 공식화했다.

북한이 3월말 남북 당국간 대화의 중단을 선언한데 이어 4월부터 정부에 본격적으로 두 선언의 이행 약속을 요구하자 정부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국회 발언(4월29일)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6.15, 10.4선언을 포함한 남북간 기존 합의들 중 이행안된 것이 많으니 만나서 실천가능한 이행방안을 협의하자’는 것이 김 장관을 통해 표명된 정부의 입장이었다.

10.4선언에 담긴 전방위적 경협사업들을 북핵 진전과 연계해 선별 추진키로 한 정부의 기조, 두 선언의 일부 내용이 여당과 지지층의 대북관과 충돌하는 점 등 때문에 계승하거나 존중한다는 명시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차원에서 `두 선언을 부정하지 않으니 만나서 협의해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북측은 이 정도론 만족할 수 없다는 듯 남측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대화의 전제로 삼은 채 대남 공세의 격과 강도를 높여갔다.

특히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 형식을 빌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비난하면서 “6.15와 10.4선언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계와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이 두 선언에 대해 모종의 입장 표명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도 지난 4일 이 대통령에게 6.15와 10.4 선언에 대한 입장 표명을 통해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등 내용을 담은 정책건의를 했다.

그런 점에서 두 선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남북관계의 특수한 현실을 인정하는 속에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통령 발언, 기존 입장과 대동소이..상징적 의미 커 =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정부가 그간 밝혀온 취지와 대동소이하지만 최고 지도자가 두 선언을 직접 거명하고 이행 방안 논의를 제안한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한 말이기에 정부의 진정성을 전하는 측면에서 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6.15선언과 10.4선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없다는 현실을 이 대통령이 인정한 것은 진전이라고 본다”면서 “6.15와 8.15 사이에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경색이 장기화할 수 있는데 6자회담 재개를 즈음해 정부 입장을 새로이 정리하고 대화를 촉구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천명, 대선 공약인 `비핵.개방 3000’의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날 발언은 매우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 디딘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명시적으로 남북관계를 북핵과 연계하겠다고 하진 않았지만 북핵 해결이 남북관계 발전의 선결과제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북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 북한 반응이 관건 = 이제 주무부서인 통일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전면적 대화’를 실현키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남북간 인도적 협력을 제의하면서 대북 식량지원 의사를 재차 밝히고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실무 당국이 우선 인도적 현안들을 중심으로 남북 당국간 대화 복원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없지 않다.

더 나아가 특사파견 또는 총리회담이나 장관급 회담 등의 고위급 채널을 가동,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카드의 하나로 검토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행보에 나서기 앞서 북한의 반응이 최대 변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단 대통령이 6.15, 10.4선언을 언급하며 대화의지를 밝힌 만큼 북한이 현재의 비방 기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대화 분위기 조성에 호응할지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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