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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달리 체제가 붕괴되지 않고 내구력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책임전가의 통치술’과 ‘무자비한 물리적 탄압’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3일 북한연구소와 북한학회가 공동주최한 학술회의에서 ‘비핵화 이후 북한의 체제 내구력 전망’이란 주제의 발제에서 “김일성 시대는 항일무장 투쟁의 왜곡된 신화가 북한에서 정당성의 근거로 자리 잡았고, 동시에 절대성.무오류의 위대한 지도자상을 형성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일성의 ‘지상낙원’ 건설의 판타지는 실패했음에도 그 원인을 외부로, 미국으로, 자연으로 돌리는 수법으로 책임을 피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김정일 시대에도 김일성 시대의 통치술을 모방한 선군정치의 신화, 강성대국의 판타지가 주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경제난의 책임을 미국의 경제봉쇄, 자연 재해, 하위간부의 탓으로 돌리는 통치술은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주민들의 대다수가 북한 경제난의 원인을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것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체제가 도전받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또 “정치적 저항에 대한 무자비한 물리적 탄압이 북한체제 유지의 제1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경제난이 심화되자 국가의 책임을 벗기 위해 취해진 자력갱생의 정책에 따라 시장요소의 확산과 경제부문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은 관용이 되고 있지만, 정치적 저항과 도전은 철저히 억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리적 통제는 정보유통의 통제까지도 포함하고 강제적 정치교육도 포함하기 때문에 체제유지의 포괄적인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장요소에 의한 새로운 체제적응력이 생성된 것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아사를 면하고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그는 말했다.
서 실장은 “시장의 확산에 의해 주민들과 정부 모두 생존력과 적응력이 상승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가구별 자력갱생 체제가 구축되면서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나마 현상의 체제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김정일의 후계자문제’를 주제로 발제한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관계연구실장 “후계자 선출에서 준수해야 할 3가지 요체는 전 인민적 추대, 새 세대의 인물, 수령 생존 시 선출이다”면서 “이 중 중요한 요체는 후계자로 ‘새 세대의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는 것으로 (후계자는) 아들 세대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3대 세습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변수는 김정일의 생존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며 “후계자 결정과 관련하여 특히 김일성 탄생 100주년, 김정일의 나이가 70세가 되는 2012년은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