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비판 ‘만평’ 통해 北주민 목소리 대변”

 



▲시사만평가 그레고리 펜스. /조종익 기자

“(우리의 작업은) 바깥세상에 말을 할 수 없는 북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것이며, 그들의 심장 가까이에 있는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다.”

프리랜서 카툰 작가인 그레고리 펜스 (Gregory Pence)씨가 그린  시사만평은 강렬한 색채를 통해 북한 체제의 허구를 비꼬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게 된 만평은 어느덧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붓이 됐다.

 

펜스 씨는 앞으로 데일리NK 사이트를 통해 북한을 소재로 한 만평을 정기적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지난 8일 데일리NK 사무실을 찾은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한반도의 통일과 북한의 민주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데일리NK와의 작업을 흔쾌히 승낙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와 코리아타임즈에도 만평을 기고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는 화가인 송벽 씨와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벽 씨는 올해 초 ‘영원한 자유·위험한 탈출’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던 탈북자 출신 화가다.

펜스 씨는 현재 워싱턴 및 시카고에서 송벽 씨의 전시회를 준비 중에 있고 그의 인생을 조명하는 그래픽 소설도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북한에서 부모와 여동생을 잃은 비극적 삶을 다룬 소설은 내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송벽 씨와 공동으로 작업을 하면서 북한민주화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송벽은 김정일 통치가 끝이면 통일이 이뤄지고 민주화가 될 것이라는 깊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런 점이 나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 및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의 배경에는 민족주의에 대한 학술적 호기심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이해하기로 한국사회에는 민족주의가 상당히 뿌리 깊게 파고 들어있다. 민족주의는 때로는 불안하게 또 때로는 의미심장하면서도 심오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사람들간을 연결시켜주는 듯하다. 한국은 민족주의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는 시사만평이 갖는 힘에 대해 “사람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무엇일 수도 있고,  때로는 거리에서의 시위대를 고무시킬 수 있는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며 북한을 소재로 한 만평을 통해서 한국 독자들과 더 깊은 교감을 나누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아래는 그레고리 펜스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펜스 씨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작품으로 천안한 폭침 이후 김정일
정권의 침몰을 상상하며 그렸다고 한다. (출처: www.toonouttheworld.com)

– 시사만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사만평의 미학과 힘은 독특하게도 민주적인 예술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사만평을 통해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전달하고 싶고, 또한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살짝 웃음짓게 만드는 무엇일 수도 있고, 때로는 거리에서의 시위대를 고무시킬 수 있는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시사만평 때문에 죽음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작품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들은 대부분 굉장했다. 시사만평은 한국사람들과 연계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가져다줬다. 이는 만평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에 김정일에 대한 카툰을 그린다면 그 이미지를 통해서 뭔가를 말한다거나 강조를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몇몇 사람들 또는 많은 사람들과 연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 특별히 좋아하는 본인의 작품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특히 좋아하는 카툰은 천안함 폭침 이후를 그린 것으로 김정일의 얼굴이 물 속으로 가라 앉고 있는 이미지이다. 송벽과 내가 김정일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면 그는 김정일의 통치가 곧 끝이 날 것이며 또 통일이 이루어지고 민주화가 곧 될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 문제에 있어서 그는 진지하고 열성적이었다. 그의 이런 점이 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 한국 관련 이슈들에 관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Social Sciences) 3학년 때 민족주의에 대해 공부하면서 한국과 관련된 이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4년 당시 미국 대선을 계기로 문화적·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변화로 인해 민족주의가 전공분야가 되어버렸다. 또한 당시는 런던테러 공격으로 인해 상당한 불안감이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내 자신은 민족주의적 이론과 만화잡지에 상당히 심취해 있었고, 프로파간다와 저항예술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서구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열중해 있었다.

민족주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는 민족주의가 상당히 뿌리 깊게 파고 들어있다.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며 또 심오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사람들간을 연결시켜주는 듯하다. 한국은 민족주의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우리는 증가하는 정보기술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주제는 아주 의미 있으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광주민주화사태에 대한 카툰도 있던데?

일반적인 방식으로 나는 한국역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싶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는 놀라울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전환, 권위주의 정권들의 생성과 몰락 그리고 민주화를 위한 투쟁, 이런 것들은 정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바깥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비극들을 헤쳐나온 한국의 문화에 흥미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이 역사들이 의미 있고,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외부 세계로 전파된 한국의 이야기는 많다고 할 수 없다. 특히나 광주민주화에 대한 그림은 정말 순수한 방식으로 묘사한 그림을 원했다. 권위주의와 학대에 대항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나타내고 싶었다.

– 북한출신 화가 송벽 씨와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송벽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회자될 필요가 있는 의미있고도 강력한 이야기이다. 내 자신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그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바깥으로 말 하지 못하는 북한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심장 가까이에 있는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다.

송벽과 공동작업으로 그래픽 소설을 만드는 것이 나의 다음 프로젝트이다. 내용은 그의 삶에 대한 인터뷰에 기초를 두고 있다. 즉, 24살의 화가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을 기아와 북한 정권에 의해 잃게 된다. 이 그래픽 소설은 송벽이 그의 어린 여동생을 북한에서 데리고 오려는 것 뿐만 아니라 민족주의를 초월해 국제적 해설자가 되려는 그의 임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것이다.

가장 신선한 것은 한국에 존재하는 갈등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세계를 통틀어 존재하는 이슈들, 부정부패, 박해, 전제군주 등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의 다음 전시회는 박해받는 탈레반 여성들에 대한 것이 될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그의 예술에 담고 싶어한다. 이런 작업들은 상당히 의미 있으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7월 말까지 송벽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내년도에는 그래픽 소설을 완성시킬 것이다. 최근에는 이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뒤로도 송벽과의 더 발전된 공동작업을 할 것이다.

– 송벽의 시카고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던데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워싱턴과 시카고에서 7월 경 송벽의 전시회 개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HRNK, 링크 같은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있다. 송벽의 예술을 선보이는데 미국의 수도 만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벤슨 리 (Benson Lee)라는 감독이 LA타임즈에 나온 송벽의 전시회를 소개하는 기사를 통해 그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 송벽과의 프로젝트로 결과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의 작업은 돈벌이와는 거리가 좀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한계가 없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송벽과 함께 일하면서 재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배웠다. 우리는 서로 신뢰라는 바탕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송벽의 이름을 내세워 상업적 부를 창출하는, 또는 잠재력에 해한 장기적 비전을 고려하는 것 등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작업은 송벽을 존중하게 되는 작품을 창조하면서 데일리NK와 같은 신문에 출판하는 것이지 헐리우드 같은데 영화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송벽의 예술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수록 좋다는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이 프로젝트는 복합적·문화적·초국가적인 가교를 건설하는 것이지 송벽의 이름을 내세워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 당신의 궁극적인 활동 목표는 무엇인가?

나의 미션은 데일리NK의 미션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한반도의 통일과 북한의 민주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