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덕 前장관]”김정일 버티기, 軍 내부저항 부를 것”

북한이 핵보유와 양산(量産), 6자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동안 한·미·일·중·러 등 관련당사국들이 새롭게 바뀐 북핵 국면에 대처하기 위해 뛰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외교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조건부 복귀’라는 형식적인 발언을 되풀이할 뿐 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연일 ‘민족공조’를 강조하고 대미, 대일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데일리엔케이>는 한반도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북핵문제의 본질을 짚어보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검토해 보기 위해, 93∼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남북협상을 주도했던 대북문제 베테랑들을 연쇄 인터뷰했다.

그 두 번째 순서로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통일부 수장을 지낸 강인덕(康仁德) 전 장관(1998. 3. 3∼1999. 5. 23)의 견해를 소개한다. 그는 공직에서 퇴임 후 일본 성학원(聖學院) 대학에서 북한학을 강의하고 있다.

유화적인 대북정책만을 고집하다 2차 북핵위기를 자초한 한국 정부에 이들의 풍부한 경험과 고언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내부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의도, 핵보유 능력을 파악하는 데 많은 혼선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으면서도 집요하게 핵개발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

북한 핵개발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 김정일의 관점은 ‘권력은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항상 군사문제부터 살피라고 교시했다. 김정일이 가장 신뢰하는 것은 군사력에서 나오는 파워와 힘. 이것 외에는 없다. 김정일 자신의 표현처럼 군력(軍力)에서부터 권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군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과제가 된다.

김정일은 스스로 핵 포기할 수 없다

군사력에서 최고전투력이라 할 수 있는 핵을 가지고 싶은 김정일의 욕망은 원천적인 것이다. 핵문제라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힘의 정책, 힘의 신봉의 구체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김정일은 핵이 회담 능력을 강화시키거나 협상력을 높이는 측면만이 아니라, 핵이 없으면 죽는다는 존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김정일은 스스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 반드시 보유한다. 핵을 개발하게 되면 협상력도 늘어나고 정권도 안정되고 미국과도 싸울 수 있게 된다. 이런 사고가 핵을 개발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결코 핵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정일은 힘의 신봉자다. 따라서 김정일을 압도하는 힘만이 그가 핵을 가지려는 욕구를 저지시킬 수 있다. 힘의 신봉자에게 유화정책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는 ‘네 힘이 강하냐, 내 힘이 강하냐’는 판단력이 매우 빠르다. 김정일은 도저히 내 힘으로 안 되겠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핵을 포기할 것이다. 말하자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되더라도 김정일에게 핵을 개발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줘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다.

벼랑끝 전술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해결된다

-한국 정부나 정책 담당자들은 대북 강경책은 ‘전쟁위기’를 불러와 한반도 평화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전쟁을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갈 수도 있다는 굳은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에 임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도 전쟁 직전까지 갔다(당시 강 장관은 중앙정보부 북한국장으로 한반도 정세 분석과 대응에 대한 실무 책임을 맡고 있었다). 동해안으로는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가 들어오고 휴전선은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 2’까지 갔다.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공수부대 1개 부대를 보내 문제가 됐던 미루나무를 잘랐다. 이렇게 강하게 나가니까 결국 조선인민군 총사령관(김일성)이 사절단을 보내 유감을 표명했다.

평화를 유지하려면 전쟁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북쪽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 1993∼1994년 1차 북핵위기도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안이 준비됐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전제조건을 수용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그런 강력한 대북정책을 수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전쟁이라는 말만 나와도 안 되니까 북쪽이 대단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 북한은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더라도 다시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다.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라도 임기응변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재정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김정일 자신이 결정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벼랑 끝까지 가더라도 그것을 되돌릴 수 있다.

만약, 미국이 강력하게 나와서 선제 공격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김정일이 180도 돌아서면 미국이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전쟁이라는 말도 못꺼내게 하고 저들은 항상 벼랑 끝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협상에서 누가 이기겠는가?

-북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 보유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핵보유를 시인했음에도 노무현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 당국이 외무성 성명에서 (핵을)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 정부는)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거나, 협상용이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 북쪽의 주장에 대해서 해석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북쪽이 가지고 있다고 하면 우리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응을 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대북전략을 수립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전제 하에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북 양자 합의 어렵다

-6자회담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6자회담 틀 내에서 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이 논의되고 있다. 양국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종국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가능성은 있지만 상당히 어렵다. 북한은 현재 6자회담 3차 회의에서 미국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원칙’에 대해 북한은 ‘동결 對 보상’의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동결’에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이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인지 알 수도 없다.

미국은 북한이 핵폐기로 가는 것이 확실하고 검증이 가능할 때 경제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설사 ‘폐기로 가는 동결’에 합의했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서 검증이 가능하지 않으면 줄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다. 한국의 경우는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폐기를 위한)’동결’이라면 지원해줄 수 있다는 견해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는 정치, 경제, 군사적인 영역을 포함해 법률로써 규정되어 있다. 이것은 행정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의회가 결정할 문제다.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라는 것을 부시 정부에 요구해도 100%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의회에 대한 강력한 설득작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또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김정일은 거꾸로 가고 있다. 현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미 의회와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가 없다. 부시도 마찬가지다. 부시는 취임 연설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역설했다. 북한의 독재정치를 부시의 생각으로 이해하고 용인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북핵문제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핵문제를 두고 각기 다른 이해타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주도적 역할’ 등의 발언을 하고 있지만, 실제 하는 일은 6자회담 구도에서 중재자 내지 주변국의 의견을 이곳저곳에 전달하는 ‘심부름’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구도가 과거 냉전구도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러시아, 북한, 중국 지도자들은 과거 20세기 전략관점에서 한반도를 보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은 여기에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국이 변수가 됐다. 미국이 강경정책을 쓰면 우리가 대단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누구든지 전쟁을 일으키면 협력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한 명의 군사도 보내지 않겠다’고 한 적도 있다.

미국이 강경정책을 쓰면 우리는 유화정책을 쓴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다. 미국은 한국이 중재자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현실적으로 어떤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보는가.

올해 여름까지는 북한에서 강경한 입장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 또한, 6자회담에 복귀해서 과거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다. 북핵문제가 6자회담에서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미국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순서는 당연히 유엔안보리가 되지 않겠는가. 안보리로 넘어가 다음 조치를 취할 때 중국이 거부하기 힘들다.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합의를 거부했기 때문에 중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 거기에는 자기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북한에 대한 압력이 표면화될 것이다. 김정일 정권에 대한 문제다. 저런 정권을 놔두고 이 지역국가가 편안하게 살 수 없다는 국제적인 컨센서스(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국제사회 압력이 가중되면 김정일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군부 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만약, 김정일이 그런 주장을 계속하면 군 내부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한쪽에서 심리전으로 레짐체인지(정권교체)를 촉구하면 내부에서 분열이 생기고, 중국, 러시아도 관심을 보이면 김정일에 강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북한 내부에 군부 엘리트나 김정일과 생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이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김정일 체제 교체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 방향으로 국제사회가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中, 김정일 버릴 수 있어

-대북 압력에서는 중국의 입장이 중요한데.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다. 중국은 김정일 이외의 제3의 인물이 나와서 북한이 유지될 수 있다면 김정일을 교체하는 것이 나쁠 게 없다. 6자회담이 깨지면 중국 내에서도 이런 주장이 제기될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엑스포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올림픽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는데, 김정일 때문에 혼란이 생기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의 변화를 촉구할 것이다.

북-중 국경이 열려 있으면 경제제재 효과가 별로 없다. 어떻게 국경선을 막느냐 하는 문제는 중국의 결심 하에 달려있다. 중국이 북한으로 통하는 도로와 철도, 항공노선을 모두 막아버리면 북한의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김정일은 핵문제가 유엔안보리까지 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는가.

김정일은 다 생각하고 있다. 그는 북핵문제가 극한상황에까지 가도 자신만 결정하면 언제든지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 맞는 협상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주변국과 어떻게 협력해야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를 짤 수 있는가.

우리가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김정일이 손을 들게 해야 한다. 자주적 국방이나 경제력으로 우리는 그런 단계를 주도할 수 없다. 우리는 미, 일, 중과 함께 대북 제재입장을 취해야 한다. 한반도에 긴장은 올라가는데 우리만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면 미국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입장을 가지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

마지막에 가면 민족보다는 국가가 중요하게 된다. 민족이 중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국가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가 안보 뒤에는 든든한 한-미 군사동맹이 있다. 대한민국이 몰락하면 민족은 없다. 시장경제, 민주주의, 인권을 버리고 민족으로 통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노무현 정부가 대북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정치적 기반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의 지지세력은 북한문제에 대해 매우 감상적인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 한 나라의 외교는 내정(內政)의 연장이다. 내정이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북, 지금은 정상회담 관심 없어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이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정상회담을 자주 언급해왔는데.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기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일 입장에서 어떤 조건이 마련되어야 정상회담에 응하겠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김정일이 무슨 목적으로 정상회담을 하겠는가.

첫째는 대미 견제력이다. 한국으로 하여금 부시의 뒷다리를 잡아채게 하거나 미국을 설득하는 힘이 대한민국에 있다면 김정일은 그것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김정일이 고이즈미를 만난 이유도 그를 이용해서 대미 설득을 위한 중간다리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돈이다. 현찰로 5억불 이상 주면 가능할지 모른다.

셋째는 정상회담을 해서 남한 정세를 김정일이 원하는 대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다. 보다 강력한 통일전선 구축이 가능하다면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보다 희망이 없어졌다.

김정일 입장에서 이러한 조건이 하나도 제대로 될 수 없다면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는 ‘핵을 가진 자와는 악수하지 않겠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입장을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한다.

과거의 경험 잘 살려야

-노무현 정부가 북핵위기를 포함한 국가 위기관리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우리의 안보책임 실무자는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과거의 역사를 ‘냉전’이라고 해서 버리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엄연히 냉전 상황이다. 남북 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데 왜 과거의 경험을 자꾸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북쪽의 지배자가 가장 냉전적인 사람이다. 당연히 지난날 대응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여전히 6.25 이후 지켜온 우리의 평화유지 방식이 유효하다. 어떤 침략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군사태세와 안보태세가 필요하다.

전쟁에 관한 인식이 중요하다. 전쟁을 막는 것은 전쟁을 감수해야 한다는 정신이다. 이런 것을 주장하면 전쟁을 부추긴다는 불합리한 주장을 하는데, 결국 이 ‘정신’이 전쟁을 막는 것이다. 민족을 살리자면 전쟁을 막아야 하는데, 전쟁을 막자면 단순한 양보로는 안 된다. 상대는 군사우선주의를 신봉하는 자가 정권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인터뷰: 손광주 편집국장
정리: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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