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4차 핵실험 후과 과소평가해 ‘자충수’ 될 것”

이번 4차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은의 이해득실 셈법은 어떻게 될까? 김정은은 핵무기를 체제 유지의 보루로 보고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득보다 실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핵실험으로 실시될 국제사회의 제제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 터전인 장마당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김정은에 불만을 품을 수 있다.

특히 중국에 통보조차 하지 않고 핵실험을 한 만큼 중국이 대북 경제적 제재에 나설 경우,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가 90% 이상 되는 북한 내 장마당에서의 상품 유통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전 미(未)통보와 기존 핵무기보다 파괴력이 센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중국이 무역제재뿐 아니라 중유 등의 지원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이번 핵실험으로 주민불만 고조뿐 아니라 체제유지에 있어서 ‘자충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영태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중국이 전면적인 제재를 하지 않겠지만 무역 등에 있어서 일정정도 제재를 가하게 되면 북한 내에서의 상품 공급 및 유통이 이전보다 제한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장마당에서 근근이 먹고 살던 주민들은 ‘괜히 핵실험을 해서 우리만 손해다’라는 생각을 품어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도 낮출 수 있다”고 내다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은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계속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자신들의 영향력이 제한 받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물론 중국은 최소한의 동맹 관계는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북한을 다독거리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지만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품고 주변국의 대북 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도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중국이 치명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약간의 무역제재를 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 있다”면서 “이번 수소폭탄 실험으로 북중관계에서 북한의 불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수소폭탄으로 인한 ‘후과’에 대해 김정은이 과소평가하거나 이를 가늠할 외교적인 역량이 부족해 이번 핵실험을 두고 ‘실’보다 ‘득’이 크다는 오판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나 북중관계 급랭이 되더라도 김정은이 이를 ‘손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핵무기 개발에 집착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을 압박해 북한이 핵을 만들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을 만큼의 치명적인 대북제재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 박사는 “김정은의 대외 도발 셈법에 있어서 오로지 자신의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러한 셈법으로 핵무기 개발을 통한 대외 압박과 자신의 몸값 불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이 북한을 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정은이 파급효과가 큰 수소폭탄 실험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주민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나라 경제가 파탄하는 것은 부차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체제 유지를 위해, 그 어떤 부정적인 후과가 예상되더라도 핵무기 개발에 집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은 외부에서 어떤 반응을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특히 핵문제에 있어서는 외교적 관계보다 능동적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크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한국의 제재가 있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핵을 무기로 공세적인 입장을 북한은 취한다”고 말했다.

이춘근 이화여대 겸임교수도 “이제까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가했던 강한 제재가 뭐가 있냐”면서 “6자회담을 그렇게 오래 했어도 북한은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제대로 제재를 했다면 북한이 매번 핵을 들고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오는 5월에 열릴 제7차 당 대회의 실적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핵 위력을 앞세워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력을 키우려 할 수 있다”면서 “특히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 이번 핵실험은 향후 북한 내부 정치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