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일전선부 사상검열 지시”…김영철 해임 관련있나?

소식통 "김영철, 검열 대상에선 제외"… 전문가 "대남라인 직위변동 주목"

전원회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黨) 조직지도부에 통일전선부에 대한 사상검열을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소식통이 25일 전했다. 대미·대남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비판과 처벌을 통해 통전부의 사상을 검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김(김 위원장)이 지난 10일 조직지도부에 직접 지시를 내렸다”며 “최근 대미·대남 전략 전술에 있어서 당이 의도하는 현실적 결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자체 사상비판과 경고, 처벌로 통전부의 사상 상태를 검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시의 배경과 관련해서는 통전부 책임 및 실무일꾼들이 미국의 전략을 오판함에 따라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지적과 함께 통전부가 외무성과 ‘내 일, 네 일을 가르는 식’으로 일한 결과 현 한국 정부와의 대남사업에서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의 지시에는 초급당 위원회 위원 이상 통전부 과장급 인사들은 자체검토 대(對)사상투쟁회의와 초급당 확대집행회의를 실시할 것과 이를 통해 현재 통전부 내 침체된 사상적 분위기를 씻어내고 새로운 대미·대남 전략전술 방안을 심화시켜 유리한 국면을 마련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대남 업무를 담당해온 김영철이 통전부장에서 해임된 것도 이번 사상검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앞서 국가정보원은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통전부장이 김영철에서 장금철로 교체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통전부 사상검열에 관한 김 위원장의 지시가 내려진 1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는 일부 부서 부장에 대한 해임 및 임명이 이뤄졌다. 이후 11일 북한 매체는 구체적인 부서명을 공개하지 않은 채 장금철이 부장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최선희 박봉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성원들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영철의 해임과 관련해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책임을 지고 통전부장 직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소식통 역시 “(북미) 회담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반성하는 자세를 취한 것에 가깝다”며 “검열 대상에는 빠졌지만, 일단 책임은 김영철이 지는 모양새는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지난 12일 김 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위원들의 기념사진을 끝으로 북한 매체에서 자취를 감췄고, 24일 김 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 역사에서 열린 전송행사에도 그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통전부장 교체가 김영철의 ‘실각’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보이지만,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위원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소식통은 “그(김영철)의 입지는 아직도 탄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 김(김 위원장)의 베트남 행보가 실패로 평가될 텐데, 그런 측면에서 일단 현재 상황에서 실각이나 경질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김영철
북한 매체가 24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출발 영상 속 전송행사에 참석한 간부들의 모습.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사진=조선중앙TV 유튜브 영상 캡처

실제 김영철은 서훈 국정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간 이른바 ‘스파이 라인’을 구축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문을 열었고, 이는 1,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졌다. 그러나 2차 북미회담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다시금 본래 북미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외무성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군인 출신인 김영철이 당 부위원장으로 일약 승진을 했고, 거기에 특히 본인 소관이 아닌 북미협상까지 맡아왔기 때문에 그동안 굉장히 아슬아슬한 길을 걸어온 것”이라며 “그러다 2차 회담이 삐끗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북핵협상을 다시 외무성이 맡는, 정상적인 정책흐름 구도로 가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이 대미뿐만 아니라 대남분야 일선에서도 물러나게 되면서 기존 대남라인의 지위변동도 주목되고 있다. 특히 김영철의 오른팔로 불리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자리보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문가는 “김영철처럼 리선권도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고 볼 수 있고, 그렇게 보면 김영철-리선권으로 대표되는 기존 대남라인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리선권의 직위 변동 여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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