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국 이어 러시아도 안 따라간 이유?

9년 만에 이뤄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에 후계자 김정은이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1일 공개한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수행단 명단에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강석주 내각 부총리,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양건·박도춘·태종수 당비서,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박봉주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 오수용 함북도 당 책임비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김영재 주러 대사, 심국룡 나홋카 총영사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 공식화 된 김정은이 지난 5월 말 방중에 이어 이번 방러까지 김정일의 주요 외유 일정에 동행하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는 외교 무대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후계 승계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가들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올해 중국, 러시아 방문 수행은 김정은의 외교적 업적 쌓기에 좋은 기회가 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후계자 수업의 일환으로 김정일이 북한을 비우는 기간 동안 ‘대리통치’의 경험을 쌓기 위해 평양에 남아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내 체제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조건에서 권력 공백에서 오는 불안감을 상쇄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방중 때처럼 북한에 머물다가 김정일의 귀환 때 접경지역에서 영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이번 수행단에는 북한 지도부 내 주요 실세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지난 방중 때와 비슷한 무게감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과거 소련 붕괴 이후 소원해진 양국관계를 복원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수행단에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박봉주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 등 경제를 담당하는 인물이 대거 포함돼 있어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경제협력 논의에 가장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짐작된다.


외교 정책 및 북핵 협상을 주도하는 강석주 부총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수행단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6자회담이나 한반도 평화 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대남업무를 맡고 있는 김양건 당 비서는 러시아-북-남을 잇는 가스관 사업에 대한 협의를 위해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통신은 “김정일 동지는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각하의 초청에 의해 러시아 시베리아 및 원동지역을 비공식 방문하기 위해 가는 길에 20일 아침 러시아 국경역 하산을 통과했다”며 빅토르 이샤예프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와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 주지사, 발레리 수히닌 주북 러시아 대사 등이 영접했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소개했다.


북한이 과거 김정일의 방러를 앞두고 방문 사실을 미리 발표하기는 했지만 현지 일정을 다음 날 곧바로 공개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러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이와 관련 “장군님의 러시아에 대한 방문은 조러 친선을 더욱 강화발전시키고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천만 군민의 투쟁을 힘있게 추동하는 역사적인 계기로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20일 ‘조로친선의 새 장이 펼쳐지던 나날을 더듬어보며’라는 르포 형식의 모스크바 특파원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과 2002년 북러 모스크바 선언 채택이 갖는 역사적 의의, 북러 친선 관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신은 이 외에도 “김정일 동지는 잠시 후 러시아 간부들의 환송을 받으며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고 전했으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21일 오전 아무르주에 있는 부레이 수력발전소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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