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재추대…”先代활용 통치 강화”

9일 제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됐다. 김정일이 김일성 사망 후 첫 최고인민회의(1998년) 제10기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되면서 ‘김정일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린 것처럼, 김정은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오 김정은을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한 것을 전하며 “위대한 대원수들님들의 고귀한 유산은 사회주의 조국을 영원히 김일성, 김정일 조선으로 만방에 빛내이며 주체역량 강화 선군혁명력을 완성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민족사적 대경사”라고 자평했다.

김정은이 국방위 제1부위원장에 재추대되면서 선대(先代)인 김일성·김정일 내세운 것은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권력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은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놓으면서 선대의 후광을 엎고 내부 통치를 강화하겠다는 것.  

이는 노동신문이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1주년을 맞아 사설을 통해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강성국가건설사상과 업적을 옹호 고수하고 끝없이 빛내여 나가야 한다”며 선군정치의 우월성을 선전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고모부 장성택 처형 이후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김정은이 체제 불안요소를 잠재우기 위해 김일성·김정일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선대의 업적을 부각해 안정을 도모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정은이 자신을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한 데서 아직 장성택 ‘물빼기’와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 엿보인다”면서 “선대를 강조하는 것은 아직 홀로서기가 멀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연구위원은 “내부 통치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보다는 김정일의 업적을 부각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일을 내세워 북한 식 통상적인 체제의 연속성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안정적 체계 승계와 권력 유지가 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김정은을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한 것 외에 다른 결정 사항들은 전하지 않고 있다.

8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 제출할 국가지도기관 구성안이 토의된 만큼 김정은의 ‘유일영도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국방위원회와 내각 등을 개편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