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장례 기간 동안 대내외적으로 가장 주목됐던 인물은 김정은이었지만 그 뒤를 항상 그림자처럼 지키던 장성택의 존재도 부각됐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향후 김정은의 권력 장악 과정에서 장성택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30일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운구차 행렬에서 장성택이 김정은과 리영호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자리에 있었는데 이는 김정은이 장성택에게 심적으로 많은 의존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김정일이 심혈을 기울여 장성택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지만 김정은이 이를 잘 활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에서 리영호에 이어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특히 김정은이 장성택에게 의존하는 것이 더욱 많아져 장 부장은 북한 체제에 광범위하게 관여하는, 즉 ‘준 섭정’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준 섭정’ 관계는 상당히 많은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장성택의 ‘준 섭정’ 수준이 높아지면 김정은이 장성택을 내칠 수 있지만 반대로 장성택이 반기를 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리영호와 장성택이 북한의 파워 엘리트들을 장악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 김정은에게 양날의 칼이 되는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이 두 인물을 통해 간부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지만 장성택과 리영호가 딴 마음을 먹으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일은 이러한 것을 우려해 장성택을 쓰면서도 견제하는 양면전략의 통치술을 구축해 놓았지만 김정은이 이를 어떻게 계승해 활용할지 모르겠다”면서 “향후 김정은이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어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김정일은 자신의 죽음 이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김정은에게 간부들을 장악하는 방법 등에 대해 세세하게 교육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20대인 김정은의 귀에 그런 통치술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들어왔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후 10여일간의 추도·장례 기간에 대해 그는 “외형적으로 엘리트들이 김정은에게 복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심한 불안 요소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없는 상항에서 내적으로 불안 요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그는 “간부들에 대한 통치술 뿐 아니라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대내외 정책을 김정은이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계승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으며, 북한 사회 자체가 비정상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변화를 시도하면 체제가 위험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체제에서 김경희의 역할에 대해 “김경희가 건강이 많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 체제 보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지만 장성택을 돕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