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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10일 남북적십자회담(4.10~12) 열리는 중이라는 이유로 일본의 민간 대북방송국인 ‘시오카제’의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해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오카제’ 아라키 카즈히로 대표는 이날 10시경 강원도 철원 고석정(정자)에서 일본인 납치피해자 해결을 촉구하는 전단이 담긴 풍선을 북한으로 살포할 계획이었으나 경찰과 국정원 직원의 제지로 살포가 무산됐다.
아라키 대표는 “국정원 직원이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리고 있으니 오늘은 안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국정원 직원은 ‘날짜를 바꿔서 다음에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라키 대표는 “남북적십자회담 중에 풍선살포를 못하도록 위(상부)에서 지시를 내린 것 같다”면서 “한국의 NGO들은 이미 북한으로 풍선을 살포하고 있는데 우리의 풍선 살포만을 막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그는 “향후 일본으로 돌아가 다른 NGO들과 힘을 합쳐 풍선 살포를 다시 시도할 것”이라면서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풍선 살포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납북자가족모임(대표 최성용)도 ‘시오카제’(潮風)의 풍선살포를 저지하려고 철원의 고석정까지 갔으나 국정원에 의해 무산되자 발길을 돌렸다.
최성용 대표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납북적십자회담에서 납북자, 국군포로 등과 관련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올 수 있는 시기에 풍선 살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며칠 전 아라키 대표와 통화해서 날짜를 바꿀 것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해 직접 저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최 대표의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납북자 송환 등의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회담장에 나온 것만으로 일본 납치자 관련 단체의 활동을 저지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전후 납북자가족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한국인 납북자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만약 북한이 풍선살포의 이유로 회담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면 그건 오히려 북한이 억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일본 납북자 단체가 전단을 살포한다고 해서 한국 납북자 문제해결이 어려워진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전단 살포와 국내 납북자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