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30일 사단법인 시대정신(대표 이재교)과 사단법인 북한전략센터(대표 강철환)가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최근 한반도 정세의 특징과 김정은 정권 1년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의 사회운영과 남북, 북·중 관계 등에 관한 의지와 방향을 알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일의 유훈”이라며 “한국과의 적절한 수준의 군사적, 정치적 긴장관계 유지를 유훈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의 유훈은 그가 사망하기 직전 행보를 분석하면 유추해볼 수 있다”면서 두드러졌던 김정일의 사망 직전 행보에 대해 북·중 경제 관계 개선의지와 대남도발의 강도 및 빈도의 증가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의 북·중 관계 개선의지와 관련, “2010년 5월부터 1년 반 동안 4차례에 걸쳐 중국을 다녀왔다. 아주 파격적인 일”이라면서 “죽기 전에 중국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시기별 북·중 무역규모를 비교해보면 2009년 26억 8천만 달러, 2010년 34억 7천만 달러, 2011년 56억 4천만 달러, 2012년 59억 3천만 달러로, 김정일이 대중외교에 집중하던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무역규모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대남도발 강도 증가에 대해서는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2010년)는 김정일의 의식이 상당히 또렷하고 정상적인 정무를 집행하고 있을 때”라며 “북한체제의 특성상 김정일의 결제와 지시 없이 하기는 불가능 하다. 천안함 공격이나 연평도 포격은 김정일이 결정했을 뿐 아니라 주도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북한체제의 큰 위협이 될 한국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긴장관계를 유지하려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북한인민과 북한군”이라며 “북한 민심이 동요하고 군심이 동요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발전되고 자유로운 상황을 알게 되면 환상을 품을 수 있고, 환상을 품지 않더라도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일은) 모든 화의 근원이 한국과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국과 긴장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특히 김정일이 중국과 경제 관계 개선에 대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 상황에서 이런 입장이 확고해진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이유에 대해 한국과의 거리두기 이외에도 한국·미국·일본·중국 등의 대응 태세를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과 대외적 긴장을 통한 군과 주민에 대한 통제력과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유훈을 대체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설픈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과 협의하지 않고 핵실험을 진행하면 북·중 관계를 악화시킬 소지가 있고, 군에서 신망이 높은 리영호를 숙청하고 최룡해처럼 평판이 좋지 않고 민간인 출신인 사람을 기용하는 등의 군부인사로 군내의 불만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정은이 이러한 통치 스타일을 지속할 경우 체제불안 요소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나이가 어린 김정은이 김정일의 전략전술을 답습하더라도 김정일 수준으로 안정적인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더욱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권위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위험한 도박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상존하기 때문에 한반도의 전면전 위기에 대비하여 국민의식, 국가정책, 군사력 등에서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