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산도 훔쳐” 北 주민들, ‘코로나 경제난’ 벼랑 끝 몰렸나?

소식통 "기계 부속 도난 잇따라...농사에 필수 '소' 잃고 다른 소 훔치는 악순환도 반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강동군 봉화협동농장 사진을 공개했다. 신문은 이 곳에 30여대의 뜨락또르(트랙터)와 화물 자동차들, 수천개의 농기계 부속품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최근 북한에서 국가 재산을 훔치는 주민이 크게 늘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주민들 상당수가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협동농장들에서 뜨락또르(트랙터) 부속, 타이어를 훔쳐 가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건들은 모든 것이 다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새해 들어 현재까지 도(道)의 한 시내에서 트랙터에서 케이스를 깨버리고 그 안에 있는 베어링이나 부속품을 가져가거나(7건), 세워 놓은 자동차에서 타이어를 빼가는 사건(5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북한 민법(49조)은 국가에서 협동농장에 배속시킨 뜨락또르, 모내는 기계(이앙기), 수확기(콤바인)를 비롯한 현대적 농기계 등 고정재산은 국가가 자기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용권을 해당 협동농장에 넘겨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농기계나 부속품을 훔치는 행위는 국가재산을 훔치는 것과 같다.

북한 형법(91조)에 따르면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재산을 훔친 자는 최소 1년에서 최대 9년 이하의 노동 단련형에 처한다.

경제난으로 인해 생계유지에 곤란을 겪는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처벌위험을 감수하고 ‘도둑질’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폐쇄로 경제적으로 상당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시장은 침체하고 물가는 요동치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주민이 생계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경제난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급기야 ‘국가재산’에까지 손을 대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국가재산인 ‘소’를 훔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소를 우리에서 끌어내어 외진 곳에서 감추어 놓다가 적발된 것이 10건이 넘는다”면서 “도둑맞은 사람들이 소를 찾는 것보다 다시 남의 소를 훔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대체로 협동농장이 각 분조에서 부림소(농사를 위해 기르는 소)를 관리·통제하고 있다. 다만 일부 협동농장은 포전담당책임제 시행 이후 부림소를 가족 단위로 짜인 소규모 분조에 나눠주고 알아서 관리하도록 해왔는데, 이것이 만성화되다 보니 농민들이 부림소를 개인 소유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를 갑자기 도둑맞은 주민이나 협동농장에서 또다시 소를 훔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북한은 부림소의 관리와 처분에 있어서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국가재산인 부림소를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하거나 밀매하고 도축하는 행위들을 철저히 관리·통제하라는 당 중앙위원회의 지시문이 각급 당, 행정, 사법기관에 내린 바 있다.(▶관련기사 : 김정은 방침에… “국가재산 ‘부림소’ 함부로 처분 시 처벌 강화”)

한편, 경제난으로 인해 북한 일부 지역의 농사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농촌에 비료나 농약, 뜨락또르 부속 등 농자재가 전혀 공급되지 않았다”면서 “시군 농촌 자재 공급소들에서 파리만 날리고 있고 주민들은 동원만 다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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