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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드디어 오늘(3일)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다.
이 공연은 선군정치와 수령독재를 찬양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공연에 참가하는 아동들에 대한 가혹한 훈련과 체벌, 학습권 침해 문제로 아동학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탈북청년연합 사무국장 한성주(가명·26) 씨는 아리랑 체조의 전신인 대집단체조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노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을 불과 몇시간 앞둔 3일 오후 그에게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들어봤다.
-대집단체조 공연에는 언제 참석했나
90년대다. 내가 평양에 있는 고등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일 때다.
-특별한 선발기준이 있나
그런 것은 없다. 대집단체조를 준비하는 학교로 지정되면 대부분 참석해야 한다.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다 참석한다. 간혹 간부 자제들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공연 연습 기간 간식으로 우유와 과자를 제공하고 학교의 배려로 빠진다.
-공연준비 과정은 얼마나 되나
집단체조 참가자 대부분은 아동과 청소년들이다. 당시에는 인민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6학년까지의 모든 학생들이 참가했다. 나이로 따지면 9살부터 16살까지다. 훈련은 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에 맞춰 그 전 8개월부터 시작된다. 6개월은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 연습을 하며, 2개월 전부터는 오전수업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연습만 한다.
-공연 연습을 하는 동안은 쉬는 날도 없나
훈련이 시작되면, 일요일도 쉬지 않고 매일 반복 연습을 한다. 1시간 30분 훈련하고 10분 쉰다. 훈련은 1시에 시작해서 보통11시, 12시에 끝난다. 하루 종일 연습할 때면 아침 10시부터 밤 10시, 11시까지 연습한다. 어린 시절에 잠도 부족하고 훈련에만 매달리니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다.
-공연 연습 과정도 쉽지 않을 텐데
10만 명이 동작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반복 또다시 반복, 그러다가 다들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야 ‘오늘은 이만하고 낼 또 하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한 동작을 수천, 수만 번 반복한다.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모두 기력이 빠져 힘이 없다. 이렇게 고되고 잠도 몇 시간 못 자는 일이 10개월 넘게 계속된다.
-가장 힘든 동작이 있는가
사람 위에 사람이 올라가는 동작은 장기간 연습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모두들 체조 선수가 아닌데 체조선수처럼 동작을 만들어야 한다. 굳은 몸으로 체조선수가 되기까지 훈련을 상상해보면 안다.
-공연 준비 중 힘들어 하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집단체조 연습 때는 늘 병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쓰러진 학생들을 이송하기 위해서다. 여름에 훈련을 하면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학생들이 수도 없이 많다. 쓰러진다고 병원에 가서 치료 받는 것은 아니다. 심한 학생들만 병원으로 이송을 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쉬다가 다시 훈련에 나서야 한다.
-구타나 체벌을 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학교별로 각기 다를 것이다. 특정 학생이 같은 동작을 틀리거나 반 박자를 느리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선생이 몽둥이를 들고 다니면서 때리지는 않았다. 대신 아이들끼리 체벌하도록 유도한다. 자꾸 틀리는 학생이 발생하면 선생이 꾸짖고 자리를 피해준다. 그럼 나머지 학생들이 발길질을 하거나 혼을 낸다. 힘든 훈련에서 빨리 쉬고 싶은데 한 학생 때문에 몇 시간씩 연습을 계속하면 당연히 화가 난다.
가장 엄중한 처벌을 받는 것이 훈련에 불참하거나 꾀병을 부리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발각되면 전교생 앞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된다. 같은 친구들에게서도 비판을 받는다.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각 있는 사람이면 아리랑 공연에 참가한 학생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학생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공부는 하고 있는지,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것인지를 물어봤으면 한다. 공연을 즐기지만 말고 공연을 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깊이 헤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