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어로 미합의 ‘서해평화지대’ 불투명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남북은 ‘군사공동위원회'(군사공동위)를 구성·운영하는 것을 포함한 7개조항이 담긴 합의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군사적 보장조치의 가장 큰 핵심인 서해상 공동어로수역 설정 문제에 대해서는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9일 평양에서 막을 내린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공동어로수역 설정에 실패하면서 ‘2007남북정상선언’의 핵심 합의사항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서해평화지대) 조성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서해상에서의 남북간 충돌을 막기 위해 ▲공동어로수역 조성 ▲해주 경제특구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 통과 등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선언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진전된 합의”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들 사업 중에서도 공동어로수역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의 첫 단추로 여겨져 왔다. 정부 당국자는 “공동어로수역을 통해 NLL(북방한계선)과 관련된 논란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서해평화지대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동어로수역 설정과 관련, 우리 측은 NLL을 기선으로 가급적 등면적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북측은 NLL 아래쪽을 평화수역으로 지정해 그 곳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자고 맞서왔다.

양측의 입장이 한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이 맞서자 정부는 28일 ‘빈손으로 돌아와도 좋다’는 훈령을 김 장관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선을 불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NLL 문제를 양보할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은 이번 합의에서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는 것이 절실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 문제를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빠른 시일 안에 협의·해결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행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달 초 열린 총리회담에서 남북은 공동어로사업을 2008년 상반기에 착수하기로 해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남북 정상의 의지를 등에 업은 양측 군 수장이 2박3일 간 머리를 맞대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난제가 갑자기 돌파구를 찾기는 힘들다는 것.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임기가 석달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해평화지대 조성이 사실상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결국 차기 정부의 의지에 따라 NLL이 고수되느냐 아니면 재설정되느냐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에 ‘군사공동위’에 합의한 것은 1992년 채택됐으나 15년간 사문화된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를 복원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남측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남북은 전쟁을 반대하고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는 방안 중의 하나로 ‘군사공동위’를 구성.운영키로 하고, 이 기구를 통해 서해상의 무력충돌방지 대책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기 때문.

차관급을 위원장으로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통일부 국장급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군사공동위를 통해 NLL을 대신한 해상불가침경계선 설정, 군비통제 등의 높은 수준의 신뢰조치를 노의해 나가기 위한 제도적인 틀을 갖췄다.

군사공동위는 각 분야별로 분과위를 설치해 세부적인 신뢰조치 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내년 초쯤 1차 군사공동위를 열어 위원회 회의 방식과 분과위 구성 등의 문제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제협력사업을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조치에 합의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에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한강하구 개발, 문산-봉동간 화물열차 운행,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등의 군사적 보장대책을 군사실무회담에서 최우선 협의·해결하기로 해 남북간 합의한 경협사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민간선박에 대한 해주항 직항을 허용한 것은 서해평화지대 구상의 일환으로 허용하되, 항로대 설정 및 통항절차 등 군사적 보장 대책을 적극 추진해 서해상에서의 평화보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제3차 국방장관회담을 내년 중 적절한 시기에 서울에서 개최키로 합의한 것도 회담 정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2000년 9월 1차 회담 때도 같은 해 11월 북측지역에서 2차 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북측이 ‘행정적인 이유’를 내세워 무산된 바 있다.

김 무력부장은 이와 관련, 송별오찬에서 “합의사항을 끝까지 책임지고 이행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합의서는 빈 종잇장에 불과하다”며 “실천을 통해 정당성을 과시해야 한다”고 말해 합의사항 이행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남북은 지상과 공중, 해상에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지 않고 무력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재천명 했다.

이와 관련, 남북은 적대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남북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군사문제를 상호 협력해 평화적으로 처리키로 했으며, 무력불사용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실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남북은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지향과 요구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종전선언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군사적 협력을 추진키로 하고 이를 합의서에 반영했다.

이는 북측이 남측을 6.25전쟁의 교전당사자로 인정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의 적극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필요성에 대해 양측이 공감하면서 향후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공동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측은 이번 회담을 위해 ‘조선국방위원회’ 소속 영관급 장교들을 일선에 배치해 사실상 국방위원회가 회담을 주관하도록 했다. 회담 대표인 김영철 중장은 국방위원회 정책 국장, 박림수 대좌(대령급)는 정책국 부국장 직함으로 나왔다.

중좌(중령급)~대좌급 젊은 장교들도 자신들이 국방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인민무력부는 사실상 행정부서로 역할이 축소됐고 군사 문제는 국방위원회가 총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