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 상황에서도 군중이 밀집하는 새해맞이 공연을 진행한 가운데, 이후 산발적으로 발열 등 코로나 의심 증세를 보이는 주민들이 생겨나고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신년 축하공연 이후에 새로 발열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구역별, 단위별, 기관별 행사 참가 인원 중에서만 32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앞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1일 밤 11시부터 50분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신년 경축 공연을 생중계한 바 있다.
광장에 빽빽이 들어찬 주민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가수들과 무용수들을 향해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은 당시 중계화면에서 여러 차례 목격됐다. 공연을 관람하는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거리두기’라는 국가 방역규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중앙비상방역위원회와 중구역 등 5개 방역소 간부, 일군(일꾼), 의사들이 동원돼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입구에서 관람 참가자 마스크 착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열을 재고 입장을 허용했다”면서 “구역·단위·기관별로 출발할 때도 현장에서 이미 마스크 착용과 발열 상태를 자체적으로 검열했다”고 말했다.
다만 행사가 끝난 뒤 당시 관람자로 갔던 이들 중 발열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역시 공연 관람자였던 평양시 중구역 경흥동의 동(洞) 당비서 55살 조모 씨 등 2명이 고열과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가 사흘 만에 사망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사망한 이들은 오봉산 화장터에서 화장하고 별도로 소독 처리한 후에 뼛가루를 돌려줬다”며 “그밖에 공연 이후 발열 증세가 나타난 주민들은 그 가족들까지 다 같이 자가격리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국이 비상방역을 내세우는 상황에서도 이렇듯 주민들이 모이는 행사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당 역사상 조국청사에 길이 아로새겨질 특기할 행사(8차 당대회)가 있는 해라 여느 새해맞이 경축 공연과는 다르게 높은 정치적 열의로 참가해 대전환 분위기를 조성할 데 대한 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새해 들어서도 연일 비상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인민적인 방역의식을 더욱 높이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비상방역사업은 새해에 들어와서도 의연히 모든 초소와 일터들에서 첫 자리에 놓고 수행해야 할 중차대한 혁명과업이며 세계적인 보건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계속 고조시켜야 하는 것이 전인민적인 방역의식”이라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어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는 방역의 주체인 전체 인민이 확고히 간직하고 끝까지 견지하여야 할 높은 방역의식”이라며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 주민들은 국가적인 비상방역조치에 절대복종하고 가장 정확히 집행함으로써 오늘의 비상방역대전에서 공민적 본분을 다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신문은 방역규정을 잘 준수하고 적극적인 방역 대책과 노력을 보이는 등 비상방역사업에 모범이 되는 단위와 지역의 사례를 연일 기사화하면서 방역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