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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북한 형법개정의 배경과 의미’라는 주제로 열린 북한법연구회의 월례 발표회가 끝난 뒤 북한법연구회의 연구위원인 김영철 박사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북한의 형법 개정을 한 것이 작년 4월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국경지역 등에서는 보위원에 의한 즉결재판이나 실력행사를 통한 분쟁해결 등, 형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북한이 형법을 개정한 것이 실제 북한 내부의 통제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도 죄형법정주의에 의거해 범죄자를 처리한다’는 것을 대외에 선전하기 위한 선전용에 불과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럴 수 있는 요소는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을 공포했다는 것은 대외적 선전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법률을 적용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국민적인 약속인 셈입니다. 그러나 실제 법률 운영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법률이 운영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법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강력한 집행의지와 집행 여부가 문제인 것입니다. 결국 북한 내부의 상황을 관찰하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번 형법개정을 통해서 북한 내부에 만연한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는 차단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법률은 융통성 있으면서도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지키지도 못할 법률을 만드는 것은 국가에서 범죄자를 양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요. 북한 사회의 부정부패가 너무나 심각하게 만연하여 당장은 법률로도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일 수도 있고, 반대로 법률이 강력하게 집행되면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된 형법이 너무 강력하여 준수하기 어려운 내용만 담고 있다면 주민들 사이에 아예 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 사회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상 섣불리 말할 수는 없습니다.
-형법 개정이 최근 북한 내부에서 체제이완 분위기가 보이는 것과 관련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형법 개정의 목적은 체제강화나 유지의 목적만을 위해 개정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주의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북한의 체제유지 의사는 명확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경제난이 심각하고,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주민들 사이에 시장이 형성된 것을 보면, 북한 측에서도 이미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되어버린 것은 체제유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허용하고 그 대신,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는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김인희 대학생 인턴기자(고려대 행정학과 4년) ki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