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대국’ 놓고 김정일과 맞짱뜬 女 3년만에 처형

2009년 초, 북한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 구역 시장관리소장의 비리사건이 지난해 말 소장의 도보안국 옥내처형으로 막을 내린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 당시 강성대국 건설의 실패를 강변했던 소장의 발언이 최근 회자(膾炙)되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청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김정일 방침으로 3년간 도보안국에 수감되어 왔던 수남 시장 관리소장이 최근 처형됐다”며 “그는 철퇴(쇠몽둥이)를 맞아 비참하게 죽었지만 ‘강성대국’을 놓고 벌어진 도박에서 김정일을 완패시킨 승자”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인민무력부 중대 정치지도원(중위)을 역임했던 40대 여성 제대군관은 비리사건으로 체포되기 4년 전인 2005년부터 청진시 수남 구역 시장관리소장을 지냈다. 그는 관리소장을 하면서 당조직부장과 수남 구역 당 책임비서를 비롯한 도내 고위간부들을 끼고 수백만 달러를 챙겨 호화생활을 누렸다.


그는 시장 상인들의 1인 (판)매대 면적을 1m로 정해 4000개의 자리만 명부에 등록해 보고하고, 실제는 (매대)면적을 좁게 해 2배가량 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4년여 간 매일 장세를 챙겨왔다.


이 같은 방식으로 챙긴 돈은 약 400만 달러 규모로 이 돈으로 시장관리원과 담당보안원을 수족으로 부리고, 도내 간부들을 매수했기 때문에 수년 동안 적발되지 않았다. 그러다 김정일에게 직접 보고되면서 최고검찰소 특수팀이 꾸려져 수사가 진행돼 그의 비리가 공개됐다.


그의 사건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2009년 초에 시작된 중앙 수사기관 예심과정에서 소장이 “강성대국 건설은 허황한 꿈이다, 만약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면 내 손바닥에 장을 지지라”고 발언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형 비리에 반체제 언행으로 곧바로 처형이 예상됐지만 이 같은 보고를 받은 김정일이 “강성대국 건설을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보도록 해줘라”고 지시해, 3년간 형 집행이 연기됐다. 사실상 강성대국 건설의 성패를 두고 김정일과의 게임이 시작됐고, 자연스레 주민들의 이목도 쏠렸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먼저 김정일은 급사로 게임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졌다. 또 ‘강성대국’이란 말조차 사라졌기 때문에 관리소장의 말이 맞았다. 그가 김정일과의 게임에서 이겼다”며 비아냥거린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갓 장마당 여성소장보다도 못한 판단을 가지고 정치해…’ 라는 평가도 나돌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북한은 1998년 8월 노동신문 정론을 통해 ‘강성대국’이란 용어를 첫 등장시키고,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라는 목표를 대내외에 선전해왔다. 하지만,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평양 10만호 살림집 건설 등 ‘강성대국’ 구호와 관련한 사업들이 지지부진하면서 2012년 중반부터 매체 등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