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ABC방송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개월여만에 공개활동에 나섰다고 보도했다가 이를 사실상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ABC방송은 20일 오후 긴급뉴스를 통해 그동안 뇌졸중 등 와병설이 나돌던 김 위원장이 2개월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ABC방송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언제, 어떤 행사에, 누구와 함께 참석했는 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방송은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추측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인민복’ 차림으로 누군가를 접견하기 위해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가는 장면과, 연구소를 방문해 흰색 가운을 입고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배경화면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ABC 방송의 배경화면은 지난 2002년 김 위원장이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했을 때 찍었던 화면이고, 특히 이 화면에는 이미 숨진 연형묵 전 북한 총리의 모습도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ABC방송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서둘러 기사를 삭제했다.
ABC방송 관계자는 “국제뉴스부에서 (김정일에 관한) 새로운 동영상이 없다고 해서 그 기사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내리기로 했다”면서 “누군가 화면을 잘못 파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BC방송측은 그러나 관련 화면 뿐만아니라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 자체가 오보인지 여부에 대해선 명백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ABC방송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관련기사를 삭제한 것과 달리 포털사이트인 야후닷컴은 ABC방송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편, ABC 방송이 나간 뒤 워싱턴 정보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ABC방송을 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중”이라면서 “아직까지 김 위원장이 실제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보 당국 관계자도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최근 들어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고, 통일부 관계자는 “며칠 사이 북한 방송을 통해서도 김 위원장의 최근 모습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14일 이후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각에선 뇌졸중으로 인해 뇌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을 비롯해 그의 건강을 둘러싼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해왔다.
또 북한 언론매체들은 지난 5일 사진이나 동영상 없이 김 위원장의 축구경기 관람 사실만 소개한데 이어 11일 김 위원장의 군 부대 시찰 사진 10여장을 공개했지만 사진의 배경으로 미뤄 최근 찍은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강력하게 제기돼 김 위원장 건강에 대한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여기에다가 최근 일본 언론들이 20일께 북한에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으며 관심을 모았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