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B-52·B-2 폭격기 출격에 北 국면 주도권 상실?

북한 김정은이 29일 새벽 작전회의를 소집해 전략미사일 부대에 사격 대기상태를 지시했다.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에 따른 대응 차원으로 보이지만, 실제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도 이날 회의에서 미군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이 “핵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최후통첩”이라며 “미제의 핵 공갈에는 무자비한 핵 공격으로,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북한의 대남·대미 도발위협이 수동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한반도 전쟁분위기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초기와 달리 한미의 훈련 등에 맞대응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초기 북한 당국이 도발 국면을 주도해 주변국을 압박하는 형태였다면, 현재의 위협은 한미의 압도적인 군사력 과시에 압박을 느낀 북한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실제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 선포라는 생소한 조치를 내린 것은 B-52 폭격기 출격에 따른 반응이었다. 당시 괌 기지에서 출격한 B-52는 강원도 영월 사격장에 모의 폭탄 투하 훈련을 실시하고 기지로 복귀했다.


당시 애쉬튼 카너 미 국방부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B-52가 참가한 훈련 상황을 공개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틀 후인 28일엔 세계 최강의 폭격기로 불리는 B-2 스텔스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타격훈련을 마치고 복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이 동맹국에 강력한 핵우산 정책을 보여줌과 동시에 도발위협에 대한 강력한 경고음을 내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B-2 스텔스기 출격 사실이 공개되면서 김정은이 심야에 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북한 매체를 통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전한 점도 북한이 이 문제에 얼마나 민감해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미의 막강한 대응에 북한 지도부가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한발 물러서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처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위협수위를 높이면서 계속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미국이나 한국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긴장조성을 통해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지도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날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으로부터의 어떤 예측 불허의 사태에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가 취해온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앞으로 응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높여 대남, 대미 관계를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북한의 위협에 한미가 강력한 억지력을 앞세워 대응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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