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일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대남 비난 발언이 북핵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최근 발언들이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질문에 “현시점에서 볼 때 최근의 발언들이 북한 핵불능화 협상에 실질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시 부대변인은 “북한의 비난발언이 (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6자회담과 관련한 정책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방한중인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북한이 관영 및 반(半)관영 매체를 통해 언급하고 있는 발언들이 (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로서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문제 등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열망에는 우리 쪽이나 북한이나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특히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비난발언 수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데 대해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남겨두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북한은 27일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한국 정부 관계자 추방, 28일 서해 미사일 발사 실험, 합참의장의 핵공격 준비시 선제공격 발언에 대해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지난 달 31일엔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역도(逆徒)’로 지칭,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를 향한 북한의 비난발언이 날로 거칠어지자 미국 정부는 남북간 긴장고조가 6자회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신중히 대처하는 모습이다.
임기 중 외교적 성과에 목메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빠른 시일 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이행을 완료, 3단계 북핵폐기 협상에 돌입해야 하는데 자칫 남북간 긴장국면이 장기화 돼 북한이 이를 6자회담을 회피하는 구실로 삼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편드는 모습을 보여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를 거부, 6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계산에 따른 신중한 대처다.
실제 미국은 28일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 핵 연계설을 재차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이 한미관계를 이간하는데 악용하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북한의 비난이 한미관계 이간책이냐’는 질문에 “한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며, 어떤 것도 그것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