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동안 미뤄왔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일정 등을 조만간 공식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북간 협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의 협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북한과 직접적인 개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미북 대화의) 시기 및 방법에 대해 동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더 보좌관은 “오바마 행정부는 간접적으로 혹은 여과장치를 통해 얘기를 듣기 보다는 적대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로부터 직접 얘기를 청취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미북대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앞선 5일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미북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며, 자신이 방북할 경우 그 시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주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후 수 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3일(한국시간)부터 한·중·일 3개국 방문 및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차 아시아 순방길에 나설 예정이여서 북미대화를 포함한 북핵문제에 대한 관련국들과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북대화 개최 시점과 관련 “당장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오기까지(18, 19일)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말연초에 열리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밝힌 후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미북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의제, 협상 틀 등을 두고 미북간 기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실제 미북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초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뉴욕을 방문해 미국과 물밑접촉을 가졌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기싸움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미대화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6일(현지시간) 미국진보센터(CAP)에서 열린 행사에서 북미대화가 협상이 아니라 비핵화 메시지 전달을 위한 차원임을 강조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우리는 북한과의 양자 논의들(discussions)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이 논의들이)이슈들에 대한 협상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실질적인 논의들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물밑접촉 과정에서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양측 고위급 대화를 4~5회 가량을 요구했고,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 폐기를 명기한 2005년 6자회담의 공동성명을 준수하겠다는 것을 확약하면 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8일 복수의 북미관계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론하면서 복수에 걸친 대화를 요구한 것은 한국전쟁을 전쟁 종결을 의미하는 평화협정 체결로 바꾸는 등의 논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처럼 미북간 ‘양자대화’에 대한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인해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의 대체적 관측이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갖겠다는 결정은 미국의 ‘대화-제재’라는 투트랙 접근의 일환으로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제재도 당연한 것이지만, 대화조건이 맞는다면 대화를 하겠다는 것도 당연하다는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조건에서 미북간 큰 합의점 도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화의 아젠다, 장소, 급(상대) 등 대화의 조건이 맞아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한의 입장을 분명히 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미국의 완고한 입장을 볼 때 전망이 밝지 않다”면서 “향후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핵)대응 방향을 잡아가는 계기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도 “미국은 그동안 ‘6자회담 전 양자대화’ 결정 등 북한에 몇 차례의 양보조치를 했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라는 공통 메시지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 입장에 변화가 없어 이번 접촉에서도 북한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안보연구실장은 이어 “북한 또한 나름대로 미국과 맞상대했다는 체면을 세우면서도 미국측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러한 북한의 요구는 과거 북한이 ‘밀고 당기기’를 통해 이득을 취해 왔던 협상 패턴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 장관도 최근 “미북대화가 열리면 조금 삐딱삐딱하다가 중국이 6자회담을 소집하게 될 것”이라며 “서로가 어정쩡한 상황에서는 중국이 개입을 좀 해야 한다”며 미북대화가 전개되더라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