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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안보리나 PSI 조치를 취했음에도 북한이 핵 보유국을 기정사실화 할 경우, 또는 레드라인(Red-Line)을 넘어갈 경우 미국은 최후의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레드라인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이 핵 물질을 제3국에 수출하는 케이스다.
-미국과 중국이 대북(對北)제재에 공동 합의할 가능성은 있는가?
1993-94년 1차 핵위기는 핵개발 초기단계에 발생한 것이다. 소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핵 보유국으로 선언을 하고 나온 상황이다. 1차 위기 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 입장에서는 상황이 훨씬 심각해졌기 때문에 1차 북핵위기 때처럼 북한을 무조건 싸고 돌 수 없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로 인정해줄 수 없다. 중국이 1차 위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3년 미-중-북 3자회담 논의가 있을 때 중국이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대북 송유관을 차단했다. 당시 <뉴욕타임즈>는 “송유관 차단이 북한을 3자 회담으로 이끌어냈다”고 보도한 사실이 있다.
중국은 북한을 향해 당근과 채찍 모두를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다. 6자회담 결렬 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에 중국이 동조하면 중국은 곡물이나 송유관을 차단할 수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가 통과될 수 있고 대북제재가 현실화될 수 있다.
-북핵문제가 끝내 해결되기 어렵게 될 경우, 미국과 중국이 김정일 정권 교체 등 모종의 합의를 할 가능성은 있는가?
미국이나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 국면에 가서는 모종의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합의 내용은 우선은 경제제재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심이 된 공동 경제제재에 중국이 합류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김정일이 시도하고 있는 핵보유를 포기토록 유도할 것이다. 김정일 정권 교체보다는 핵보유 금지라는 정책변화를 가져오는 데 미국과 중국이 정책 합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은 생(生)과 사(死)의 벼랑 끝에 몰려야 핵 포기 할 것
미국은 정권 교체를 바랄 수 있지만 중국은 ‘김정일 이후’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 중국은 내심 친중(親中) 정권이 들어서길 바라겠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 떄문에 정책변화에 무게를 두고 미-중 간에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이 어떤 상황이 되어야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가?
김정일은 사느냐, 죽느냐 막판에 가서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 이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실 북한의 요구조건을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김정일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벼랑 끝까지 상황을 몰고 가야 한다.
94년 1차 핵 위기 당시에도 유엔안보리에서 제재 움직임이 나타나니까, 처음에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당시 “안보리의 제재는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김일성은 카터 전 대통령을 불러다 놓고 워싱턴이나 유엔안보리의 제재분위기를 상세히 들었다. 안보리의 제재 분위기를 정확히 이해하고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들고 나왔다. 결국 제재를 들고 나오니까 꼬리를 내린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함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북핵외교가 완전히 실패작으로 판명되었는데, 실패의 근본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노무현 정부의 대북 시각에 문제가 있다. 북한 내에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지배집단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로부터 억압을 받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지배집단은 억압적이고 폭압적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대상이고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일반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자, 억압을 받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지배집단도 북한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김정일 정권을 대화가 가능한 합리적 집단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북한이 내세우는 민족공조라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핵을 가진 김정일 정권과의 민족공조는 현실성 없어
엄밀히 말해 민족공조라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 주민 간에는 가능하지만, 김정일 지배집단과는 불가능하다. 특히, 핵을 가진 김정일 집단과 민족공조라고 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없다.
-대북정책을 주도해온 정책 책임자들의 인적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통일정책 부서를 보면, 북한전문가보다 코드에 맞는 사람을 인사해 온 편향이 있다. 이들은 북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편향된 시각으로 북한을 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 대북정책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2년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코드 위주의 정책이었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 송영대 前 차관 |
-노무현 정부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데…
현실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다. 이미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고 나왔다. 이로 인한 피해 당사자는 누구인가? 바로 한국이다. 피해 당사자가 어떻게 제3자처럼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은 군사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지, 남한을 상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남한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중재를 하겠다는 말인가.
북한이 핵보유하면 저강도 공격해올 수 있어
북한은 앞으로 핵을 가지고 남한을 볼모로 온갖 장난질을 할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억지수단이 아니라 공세적 수단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을 가졌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하겠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존재하고 있다 할지라도 저강도 기습공격을 할 가능성은 있다.
예컨대 북한이 서해 5도를 기습 공격한 다음에, 남한이 보복하겠다고 할 때 핵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당할 수밖에 없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수시로 위협이나 저강도 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지금을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총력대응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안보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먼저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다. 북한 핵보유 선언으로 우리나라 안보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도 정부는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다음, 정보능력의 부재다. 현 단계에서 북한의 핵보유 능력에 대한 판단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국정원은 북한이 비행기에 탑재해서 떨어뜨릴 정도의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CIA(중앙정보국) 고스 국장은 “1992년경에는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으나 현재는 그것보다 훨씬 증강된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미 국방성 산하 정보기구인 DIA(국방정보국)는 15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의 정보와 미국 정보기관과는 15개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한-미 간에 정보교류가 원활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북정책의 올바른 방향은?
우리가 1970년대 이후 취해온 대북정책은 ‘선(先) 평화공존, 후(後) 통일’이라는 기조에서 추진해왔다. 이 말은 통일로 가려면 평화공존부터 먼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화가 정착이 되어야 그 바탕 위에 다음 단계인 통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선 평화공존 후 통일’의 기조는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되었던 정책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핵을 가진 북한과 ‘핵이 없는 상태의 평화공존’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평화공존이라는 것은 남북 간의 군사력 균형이 유지되거나 핵균형이 유지되어야 가능하다. 남한에 핵이 없고 북한만 가질 경우 핵균형이 깨진다. 평화공존이 어렵다는 말이다.
북한 핵보유는 적대적 공존 의지,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상황이 바뀌면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다. 핵을 가진 북한과 핵 없는 남한 사이에는 민족공조, 평화공조가 어렵다. 결국 핵을 가진 북한과 남한 사이에는 ‘적대적 공존’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적대적 공존으로 들어가면 핵문제와 경협을 연계시킬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비료지원,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사업 등과 같이 북한에 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작년 초까지 금강산 사업 대가로 5억 6천만 달러가 북으로 갔다. 당시 정주영 씨가 약속한 대로 간다면 2005년까지 현금으로 9억 6천만 달러가 지원될 예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
대담: 손광주 편집국장
정리: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