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시설 가동중단 ‘불능화’로 이어지나?

미국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각)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가동중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로써 2·13 합의에서 3개월 내 완료하기로 약속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쇄.봉인 조치를 5개월이 지나서야 실행에 옮겼다.

미국 국무부는 14일 숀 매코맥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오늘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했다(shut down)는 통보를 받았다”며 “우리는 이 같은 진전을 환영하고 북한에 도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팀에 의해 검증과 감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6자회담 대표단이 18일 베이징에서 회동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기존 핵시설의 불능화를 다짐한 2·13 합의의 다음 단계 이행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당사국과 협력하기를 우리는 고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방북 당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보유’ 발언으로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하자 미국이 북한에 매년 50만t씩 제공하던 중유지원을 중단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원자로 가동을 재개 했었다.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은 55개월만이다.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시 제공키로 했던 중유 5만t 중 일부인 6천200t을 실은 유조선이 14일 오전 북측 선봉항에 도착해 하역이 완료된 오후 9시를 전후해 이뤄졌다.

이에 대해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IAEA 조사관들이 15일 오전부터 북한이 실제로 영변 핵시설을 폐쇄했는지에 대한 검증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시설에 대한 폐쇄·봉인 조치는 약 2~3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즉각적인 조치는 지난 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6자회담 과정을 빨리 진척시키기 위해 중유 5만t 전량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의 10분의 1 가량 되는 첫 배분이 들어오는 시점에서 핵시설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밝힌 것을 그대로 이행한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2·13 합의 이행을 3개월이나 지연시킨 것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압박과 동시에 6자회담의 주도권을 계속해서 쥐고 가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불능화 단계를 앞둔 전략적 지연행위로도 보고 있다.

이번 핵시설 폐쇄는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이후 북핵 폐기를 위한 북한의 실질적인 조치로는 처음이다. 따라서 당분간 2·13 합의 이행의 ‘모멘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초기단계 조치 이후에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조치에 대한 희망적 전망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취해진 핵시설 ‘가동중단’ 효과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으로 볼 수 있지만 ’12월 남한 대선을 위한 평화공세’의 시작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조심해야 할 것은 북한이 완전 비핵화를 결심하지 않고 초기단계 조치까지만 이행하면서 반대급부를 충분히 받아내기 위한 평화공세의 시작인지 구분을 잘 해야 한다”며 “만약 ‘평화공세’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현재 보이고 있는 북한의 긍정적 모습은 ‘시한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으로선 남한 대선에서 ‘햇볕세력’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향후 6개월까지는 ‘평화무드’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까지는 2·13 합의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면서 미국과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회담이나 남북 정상회담 등을 제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김명길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영변 원자로 폐쇄 이후 ‘불능화’ 단계 이행을 위해서는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전제돼야 한다고 A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김 차석대사는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기존 핵시설의 불능화를 골자로 한 2단계 이행에 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초기단계 조치 이후 불능화 단계에 앞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경수로 제공 등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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