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1일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일·북 국교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에 머물고 있는 일본 항공기 ‘요도호’ 납치범들의 신병 인도를 북한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 협상 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일·북 양국은 평양선언을 계승하고 양국 관계의 진전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북한 측의 자세는 진지했고 솔직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9월 몽골 울란바토르 회담 이후 9개월 만에 재개된 이날 회의에서 일·북 양국은 약 2시간 30분간 납치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이키 국장은 “우리의 최대 과제인 ‘납치 문제’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고, ‘요도호’ 납치범들의 신병을 우리 측에 인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 측 협상 대표인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는 즉답을 피한 채 “12일 오전 열리는 회의에서 이 문제들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사이키 국장은 또한 “6자회담이 진전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일·북관계도 진전을 이룰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양국 간의 현안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송 대사는 이에 대해서도 12일 회담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이외에도 북한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취한다면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 등 대응을 취할 준비가 있다는 뜻도 전했다고 한다. 12일 오전 재개되는 회담에서는 양국 간 ‘과거사 청산’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과 북한 양국이 9개월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배경에는 “미국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리처드 부시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분석했다.
부시 연구원은 11일 VOA(미국의소리)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려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충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되려면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득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 앞서 10일에는 외무성 명의의 ‘반테러 성명’을 발표하는 등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북 관계정상화 회의에서도 일정 정도의 성의를 보이지 않을까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은 일북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베이징발 기사에서 “조선(북) 측도 오랜만에 열린 일본과의 공식회담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만나서 대화할 바에는 결실을 맺어야 옳다는 관점에서 회담의 준비도 갖추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