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황장엽 유지 따라 탈북자 중심역할 수행할것”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12일 고(故) 황장엽 선생의 뜻을 이어 받아 북한민주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봉섭 기자

탈북자 2만 시대. 그들의 구심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민주화위원회의 홍순경(72) 신임 위원장을 12일 만났다.


그는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탈북자들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더불어 정착지원 제도의 개선과 남한사회의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살았던 기억을 잊지 않고 적극적으로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하면서, 더불어 탈북자 위장간첩에 언급, “탈북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탈북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고(故) 황장엽 전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의 유지(遺志)를 강조했다. 황 전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그의 눈빛엔 황 전 위원장에 대한 그리움과 타계에 따른 아쉬움이 여전했다.


홍 위원장은 태국 방콕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일하던 1999년 본국의 송환 기도를 피해 탈출한 뒤 2000년 입국했다. 이후 그는 국책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지내며 황 전 위원장을 보좌해 왔었다.


황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 10일 신임 위원장이 된 그는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남한에서의 여생을 모두 바치신 황 선생님의 뜻을 풀어내는 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민주화위원회의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서도 ‘북한민주화’와 ‘탈북자 사회의 단합’을 최우선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향후 탈북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북한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할 일꾼들을 키워내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홍 위원장과 일문 일답.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신임 위원장 /김봉섭 기자

Q. 북한민주화위원회 향후 운영 방향은?


홍순경(이하 ‘홍’)=북한민주화위원회는 탈북자 단체들의 연합체로 그들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위해 조직됐다. 중심 역할을 해왔던 황장엽 전 위원장이 서거했지만 원래 취지대로 탈북자들의 중심적인 역할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 주로 교육을 통해 탈북자들이 북한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된 일꾼들을 키워내는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또 해외에 나와 있는 탈북자들과 북한 내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국내 탈북자들의 생활안착과 정착과정에서 나서는 법적, 사회적 문제 등을 해결하는 단체로 활동할 계획이다.
 
Q. 황장엽 위원장의 타계로 탈북자 사회의 구심점이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장엽 선생은 탈북자들의 구심으로 북한민주화에 대한 이론을 세웠고, 인간중심철학을 통해 독재를 반대하는 민주화 이론을 창시했다. 또 마르크스주의 등 이전 철학들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종합해 새로운 철학을 창시해 세계민주화를 위해 몸 바쳐 싸웠다. 때문에 황 선생의 뜻을 받드는 사람들이 더욱 단합해 그가 하고자하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탈북자 2만 시대, 그들이 남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제대로 살수 없고 일해도 일한 만큼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해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하기위해선 세 가지 측면에서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먼저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살았던 기억들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 북한과 남한을 비교할 때 생활수준이나 인권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여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잊지 말고 정착하기 위한 자기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남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똑같이 살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서면 스스로 자괴감을 가질 수 있다. 하나하나 한 발짝 씩 열심히 일하면 얼마든지 생활의 기초가 마련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정부는 탈북자들이 취업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겠는지를 연구하고 법적으로도 보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실례로 탈북자들이 취업을 하게 되면 초기에 받던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이런 부분은 고쳐져야 한다. 취업을 해서 일을 하게 되면 취업을 안 한 사람보다 혜택을 더 받고 취업을 안 하면 오히려 혜택이 적어지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세 번째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재고돼야 한다. 가령 언론에서 ‘탈북자 속에 간첩이 나왔다’라고 보도하면 탈북자 전체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는다. 그들은 그냥 ‘간첩’일 뿐이다. 언론 등에서 이런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선 탈북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그냥 밥벌이 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북한 민주화와 조국 통일을 위해 큰 뜻을 세워야한다. 이런 큰 뜻을 세운 사람들을 잘 조직하면 북한민주화나 조국통일의 기초를 닦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때문에 40여개 탈북자 단체들이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서로 연대해야 한다. 또 각 단체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 써 탈북자들이 자각성과 통일에 대한 인식을 높여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탈북자들이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려면 우선 취업이나 생활안착이 필요하다. 앞으로 조건이 마련되면 탈북자들을 위한 기념행사, 북한민주화의 날, 마라톤 대회, 걷기대회 등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할 것이다.


Q. 북한인권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나?


=북한인권법은 대한민국이 제일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데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먼저 했다.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당사자로서 당장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 민주당 등이 인권법 통과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옆에서 인권유린을 당하고 고통 받는 것에 ‘나 몰라라’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탈북자 단체들과 협의, 국회에 성명서를 제출하고 시민들에게 알려나가는 활동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