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치열한 ‘외교전’…”北, 6자회담 준비 나선 듯”

오는 27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남북의 외교가 난전(亂戰) 양상이다. 북한은 제재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에 이어 한국과 미국에 대화 제의를 한 이후 러시아에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미중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가진다.  


현 외교전의 우위는 당분간 남측이 쥘 전망이다. 북한이 대북 공조를 흔들기 위해 중국, 한국, 미국에 잇따라 제의한 대화가 사실상 성과가 없는 데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은 한미공조가 유지되고 박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새로운 수준의 협력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비핵화 회담을 거부해온 입장을 수정해 6자회담으로 유턴하는 모양새다. 핵 협상을 담당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18일 ‘북중 전략대화’를 위해 2년 4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김 부상은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최근의 ‘남북 당국회담’과 ‘미북 고위급 회담’ 제의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고위급 만남은 지난해 11월 중국의 리젠궈(李建國) 전인대 부위원장의 방북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2, 3개월에 한 번씩 이뤄지던 북중 고위급 교류가 7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것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 약화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부상은 방중 이후 러시아를 방문해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6자회담’ 재개 필요성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때를 맞춰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갖는다. 이후 주말에 중국을 방문,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북핵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이달 말 브루나이에서는 아세안지역포럼(ARF)이 열린다. 우리 측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참석이 확정됐다. 북한도 박의춘 외무상이 수석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보여 남북 외교장관 만남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0년 7월 7차 ARF부터 회의에 참석해오고 있다.


‘미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지 이틀 만에 중국에 김 부상을 파견한 것은 그만큼 내부적으로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한 만큼 6자회담을 재개해 경제적 성과를 얻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데일리NK에 “북한이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김계관 부상을 중국에 파견한 것은 외교적 판을 흔들어 대화 모멘텀을 만들어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얄팍한 술수로 한미중의 대북 압박 공조가 흔들기보다 비핵화에 대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현 정세를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의도대로 한미중 공조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의 냉대, 내부 경제난, 대북제재로 김정은 통치자금이 막혀 회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서 “현 국면을 어떤 식으로든 풀어나가고 싶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 전에 ‘물타기’를 해 6자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면서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나 대화 모멘텀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12월 이후 6자회담이 중단된 것은 북한이 북핵 검증의 핵심요소인 시료채취를 사실상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이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어느 정도 선까지 동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인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내부 입장이 정리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의 지지와 경제지원을 받고, 나아가 ‘2·29합의’ 때처럼 미국의 지원을 받기 원하고 있다”면서 “시료채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일정한 선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내부 정리가 끝나 적극적인 모습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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