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차 핵실험 이후 ‘생존배낭’ 인기, 북한에서는?



▲민방위 훈련에 참가한 어린이 방독면 착용을 배우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전투식량, 방독면 등의 전쟁 대비 용품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예전과 같이 대형마트에서 라면, 통조림 등을 ‘사재기’하는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8일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생존배낭’, ‘방독면’, ‘전투식량’, ‘북한 핵’ 등의 검색량이 급증했다. 또한 유튜브 등 생존배낭을 소재로 한 영상만 해도 4700여 개가 넘는다.

방송인 강유미(34, 여) 씨도 유튜브에 생존배낭을 구입해 사용하는 모습을 공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강 씨는 영상을 통해 직접 방독면을 써 보고, 전투식량도 시식했다. 강 씨는 “(방독면을) 본가와 자신의 집에 각각 1개씩 구비했다”면서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라디오 구매도 급증했다. 전쟁 발발시 휴대전화, 텔레비전, 인터넷 등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대피 안내 등 대국민 공지사항을 듣기 위해선 반드시 라디오와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을 배포해 전쟁시 숙지해야할 사항을 알렸다. 주요 내용은 비상 대피소 찾기, 전시 필요한 물자준비, 방독면 착용 방법 숙지 등이다. 또한 지하철역, 지하주차장, 대형 건물 지하실 등 빨간색 민방공 표지판이 부착돼 있는 지하시설에 대피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일본과 미국 하와이는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대비한 매뉴얼을 배포하거나 매달 훈련 진행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 북한의 주민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역시 전쟁을 대비해 물품을 구매한다. 다만 비상식량을 한꺼번이 많이 구매하는 사재기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탈북민 김영훈(2012년 탈북) 씨는 “당국이 전쟁에 대비해 물품을 지원해주는 것은 당연히 없고, 스스로 준비한다”며 “북한의 전쟁 대비 용품 중 하나로 ‘비상함’이 있는데, 이 안에는 유사시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함’은 핵 실험을 하기 이전부터 시장에서 줄곧 팔려왔다”면서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해 와 준비는 하지만 실제 전쟁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비상함’안에는 콩가루, 미숫가루 등 곡물 등이 들어있다고 한다. 물에 타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다른 탈북민 최상민(2014년 탈북) 씨도 “‘비상함’은 이전부터 시장에서 팔려왔고, 핵실험을 한 직후에 더 팔리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사회에서는 핵실험과는 별개로 장기적인 전쟁 준비의 일환으로 모든 사람들이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에 들어있는 물품의 종류나 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가격만으로 보자면 5000원~5만원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고 한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유년기 시절부터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에 장기간 집을 떠날 때는 비상함을 챙기는 것은 습관화 되어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씨는 “가격은 안에 들어있는 물품의 숫자나 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3일을 생존할 수 있도록 식량, 소금, 성냥, 의복, 밥통, 물통, 땔감 등이 들어가 있는 비상함도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전쟁, 비상함이라는 단어는 70년대부터 이미 익숙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