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제시하고, 인민경제의 자립성 강화와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이제는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6차 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을 위한 내각의 2017년 사업정형과 2018년 과업 ▲작년 결산 및 올해 예산 ▲조직문제 등 세 가지 안건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박봉주 내각 총리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에 대해 보고하면서 “올해 우리 앞에는 전인민적인 총공세를 벌려 최후발악하는 적대세력들의 도전을 짓부시며 경제전선 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제껴야 할 과업이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인민 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향상시키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틀어쥐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의 세 번째 해의 전투목표를 기어이 수행할 것”이라며 “올해에 경공업과 농업, 수산전선에서 생산적 앙양을 일으켜 인민생활향상에서 전환을 가져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올해 최고인민회의는 지난해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맞이하는 첫 회의”라며 “핵 완성을 했으니 이제는 병진노선에 따라서 경제나 인민생활 향상에 치중하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조 부소장은 “올해 북한이 경제개혁 조치 등을 통해 인민생활 향상 등에서 성과를 도출하려고 굉장히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국제사회 대북제재 하에서 외부로부터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북한이 계획한 성과를 이루기는 조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5.1%p 증가한 올해 북한 예산안이 채택됐다. 특히 북한은 올해 지출총액의 절반 수준인 47.6%를 인민생활 향상 자금으로 활용하고, 15.9%는 국방비로 돌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매년 발표하는 예산안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더욱이 북한은 늘 정확한 액수를 제시하지 않고 비율만 제시하기 때문에 발표된 내용으로는 북한의 경제나 재정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회의는 큰 특이점 없이 연례적인, 통상적인, 일상적인 수준으로 진행됐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대북제재가 워낙 촘촘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강조하는 자력갱생이나 노력동원으로는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입법 결정을 내릴지, 또 한국과 미국 등에 대외적인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됐으나, 북한 매체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별도 논의나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말께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북핵 문제와 남북·북미관계 등 대외정책과 관련한 일종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한편,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북한 매체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전할 뿐, 김정은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도된 사진 속 주석단에도 김정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정은이 공식 집권한 후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은 지난 2014년 9월과 2015년 4월 회의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북한은 김정은 권력 승계 후 현재까지 총 9 차례의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직전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도 주재한 상황이고, 그 전에 불참한 사례도 있어 아주 특이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전반적으로 예년 수준에서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