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수해로 수확량이 감소하고 곡물가가 치솟았기 때문에 식량난이 어려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지원 요청 시 인도적 차원에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는 북한이 먼저 요청해와 기다렸지만, (이번에는) 아직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91년 유엔 총회 결의안에 따라 수혜국의 지원요청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인도적 차원의 경우에는 조건 없이 지원하는 관례에 따라 지원 할 계획이지만,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에는 북한도 인도적 분야에 있어서 협력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당국자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기본적으로 핵문제와 연계하지 않고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북한이 식량문제로 인해 큰 위기가 닥친다고 할 때 여론 등을 고려해 정부 방침을 고려할 때가 올지도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남북대화가 이뤄져 자연스럽게 지원할 수 있을 때가 있기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450만t 규모의 식량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난해 수해로 인해 약 40만t의 감산이 예상돼 약 400만t 정도를 생산한 것으로 정부당국은 분석했다. 북한의 총 식량 수요분이 약 520만t 규모로 볼 때 120~130만t이 부족한 것으로 당국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최근 중국에도 식량요청을 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도 식량 구입, 지원 여부를 여러 채널로 통해 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다른 나라들이 식량안보를 고려해 긍정적인 답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北,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 중단해 달라”
최근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북한이 과거에도 새로운 정부 출범 시 항상 이런 비난과 공세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그런 과거의 행동의 일환으로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상관없이 북한이 우리들에게 보이고 있는 조치, 과격한 언사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며 “같은 동족으로서 한국의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비방)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세계인에게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단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앞으로 북한은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그만 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북대화 재개와 관련해 그는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확고한 입장아래 모든 문제는 대화로 해결해 나간다는 원칙은 견지하고 있다”며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것은 남북관계의 전반적 상황과 국민의 의지, 북한이 보여주는 것에 따라 대화의 방향을 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에선 남북대화에 소극적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연락사무소 개설을 직접 제안한 사실만으로도 적극적인 표현”이라며 “일차적으로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일희일비 하지 않고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우리의 제의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대화를 제의한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의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6·15, 10·4선언만 있는 것 아냐…모든 합의 재검토하자”
북한이 연일 6·15, 10·4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것에 이 당국자는 “폐기한다거나 승계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 10·4선언 등 역대 정부들이 합의한 것 중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상호존중의 정신아래 남북간에 무엇이 실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이행방안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비판처럼 우리만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다. 북한도 6·15선언 중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하기로 했는데 답방하지 않았다”며 “현실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어 이루어 지지 않은 것도 있으니 과거 정부가 합의한 사항을 다 놓고 이야기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한 비판에 대해 “북한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면 오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조속히 남북대화에 호응해 오해를 풀길 바란다”고 말했다.
6·15남북공동행사와 관련, “남북 민간차원의 교류는 당국간 관계를 보완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행사가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자금 지원 등에 대해서는 “정부는 절약모드”라며 구체적인 발언을 삼갔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발언에 대한 해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취소를 할 이유가 없다. 개성공단을 당연히 확대해야 하는데 핵문제 등 뭐 좀 진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원칙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북한사람들이 들어보지도 않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북한의 체제를 위협한다든지 전략적인 입장이 아니다”며 “전 세계 보편적 가치기준에 따라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방은 우리가 얘기하면 체제위협이나 모독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독이나 체제위협은 아니다”며 “같은 민족으로서 애정 어린 권고랄까. 국제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유독 한국만 얘기 못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