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말씀 관철’ 수업 시간을 도덕 교육으로 대체… 왜?

北 교육 당국, 학생들이 현실과 괴리된 교육에 불만 갖자 김정은 노작 교육 시간에 사회주의 도덕 교육 실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월 12일 한 전쟁노병이 모란봉구역 전승고급중학교 학생들을 찾아와 “국기에 어려 있는 조국수호정신을 귀중한 사상정신적 재부로 간직하고 학습과 조직생활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교육 당국은 학생들로 하여금 당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전쟁 노병과의 만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교육성이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의 지시나 글을 다루는 정치 사상 교육 시간에 사회주의 도덕과 규범을 교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과 국가에 대한 학생들의 애국심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교육 당국이 청소년들의 애국심 배양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 ‘현행 당정책’ 시간에 김정은의 노작 교육이 아니라 사회주의 도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현행 당정책 시간에 교육 당국은 최고지도자의 말씀 교육이 아니라 ‘혁명 선배를 존경해야 한다’, ‘도덕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당의 말씀을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는 등의 북한식 사회주의 도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행 당정책이라는 과목은 고급중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 과정으로 매월 1회 부교장(교감)이 수업을 맡고 학기말에 한번 평가가 있다. 

본래 현행 당정책이라는 과목은 최고지도자가 현지지도에서 직접한 말과 글을 담은 ‘노작’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최고지도자의 노작을 가르치는 시간에 사회주의 도덕과 규범 교육이 이뤄지자 일부 교원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행 당정책 과목은 ‘혁명 역사’와 함께 최고지도자 우상화 교육이 이뤄지는 교과로 북한에서는 국영, 외국어, 수학 등 다른 어떤 과목보다 중요한 과목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사회주의 체제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상과 사회 규범을 가르치는 ‘사회주의 도덕과 법’이라는 교과가 따로 있기 때문에 현행 당정책 시간에 사회주의 도덕과 관련된 내용이 강의됐다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소식통은 “사회주의 도덕과 법이라는 과목이 따로 있는데도 현행 당정책 시간에 도덕 교육을 한 게 이상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노작 시간에 청소년 도덕교양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 내부에선 요즘 청소년들의 국가관이나 가치관이 사회주의 인간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 이들에게 최고지도자의 노작을 가르치고 우상화 교육을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교육 정책에 능통한 한 소식통은 “수학, 영어, 물리 등 일반 과목을 빼고 나머지 정치와 관련된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이 모두 허튼 생각만 하고 있다”며 “사실 요즘엔 원수님(김 위원장) 노작 같은 걸 그대로 믿는 학생들이 없다”고 언급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교육이 현실적이지 않고 과대 포장돼 있어 학생들이 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북한 교육 당국이 최고지도자의 말씀을 직접 가르치기보다는 도덕 교육으로 순화해 학생들에게 사회주의 인간상을 주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의 삶과 동떨어져 있어 당국이 원하는 교육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학생들이 정치 학습이나 도덕 교육 시간에 배우는 내용들은 현실에서 겪는 문제와 맞물려 있는 내용이 아니”라며 “결국 어떤 식으로 사상 교육을 하든 기계적인 암기로만 끝날 수업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