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북핵문제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유엔 대표는 3일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감 단계이고 추출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으며, 우라늄 농축 시험도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대화 공세에서 갑작스럽게 초강수를 들고 나와 다시 대결모드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별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다. 북한이 스스로 핵 보유 전제 하에 미북관계와 남북관계에서 유화 개선 의지를 밝혀온 만큼 핵보유국 지위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그동안 북한이 핵문제에 관한 태도나 정책을 변경하였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면서 “금번 (북한 유엔 대표)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다시 확인 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 유화제스쳐가 핵문제 해결 노력없이 긴장국면과 평화국면을 번갈아 구사하는 양면전술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날 북한의 메시지는 ▲양자대화 입장 표명 ▲제재 철회 요구 ▲핵능력 과시 등의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은 이날 대(對) 이란 수출용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이 아랍에미리트에 압류된 후 유엔 제재위원회의 설명요구에 대한 응답 형태로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상 그 실질적 내용은 오바마 행정부를 향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날 오후 중국을 거쳐 방한해 북핵문제에 대한 협의를 갖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안보리 의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한 것도 안보리를 상대로 머리 숙이지 않고 핵보유국으로서의 대접을 받겠다는 것으로 다시한번 국제사회에 북핵문제에 대한 환심을 사기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언제든지 대화·협상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제재보다 대화·협상 방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다시 한번 ‘우리는 핵보유국이다’ ‘핵보유국으로서 대접해달라’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입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직접 협상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같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북한이 잇단 유화 제스처를 구사했지만, 미국 등 관계국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대화재개와 제재 상황을 동시에 해결하고 싶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150일 전투 종결과 9·9절, 10·10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앞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북한의 절박한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는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재 철회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차 핵실험을 통해 지난 2006년 단행했던 1차 핵실험 때 보다 향상된 핵능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북한은 다시 플루토늄 무기화와 우라늄 농축 성공이란 카드를 통해 다가올 협상에서 판을 키우는 효과와 빨리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몽니를 부리는 전술로 보인다.
이 점에 대해 김 교수는 “농축 성공했다는 것은 (과거 북핵 위협 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빨리 협상에 나서라는 일종의 경종이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북한이 협상국면을 주도하기 위해 도발적인 카드를 사용했던 것처럼 이번 우라늄 농축 카드도 협상판을 키우면서 북한의 핵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무기화 조치는 실효성을 떠나 추가적인 핵무기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향후 6자회담 관계국과 국제사회의 대응방안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