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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14일-16일)를 사흘 앞둔 <북한인권시민연합>사무실은 회의준비에 너나없이 분주하다. 손과 입이 따로 놀 정도로 바쁘게 뛰고 있는 젊은 스태프들 사이로 고령의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국제회의를 총지휘하고 있는 조직위원회 상임공동대표 윤현 이사장. 그는 올해 76세이다. 한국 인권운동의 산 증인이면서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윤이사장을 만났다.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가 올해로 6회째를 맞이했다. 국제회의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국제회의는 1999년 12월 처음 열렸다. 대회를 시작한 동기는 각 국가에서 개별적으로 북한인권∙난민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연말쯤에 단체대표와 개인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떻겠냐는 소박한 이유였다. 일본의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 대표 오가와 하루히사 도쿄대 교수, <프랑스 북한인민돕기위원회> 피에르 리굴로 위원장이 이런 취지에 동의했다. 그해 처음으로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프랑스, 싱가포르, 호주를 비롯한 주한 외교사절단 20여명이 참여했고 전체적으로도 5백여명 이상이 참석했다. CNN과 BBC같은 세계적인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국제회의는 규모나 참가자 면면에서 ‘북한인권연례총회’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회의가 이처럼 성장해온 과정을 간단하게 말해달라.
2002년 2월 3회 도쿄대회부터 해외개최를 시작했다. 도쿄회의부터 NGO를 넘어 미국의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참가하기 시작했다.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4회 대회를 개최했는데 매우 인상깊은 추억이 많다. 당시 개회식은 체코 상원회의실에서 개최되었고 이 자리에 바츨라프 하벨 당시 체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당시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지역개최를 고집했고 그 결과 결의안이 통과되는 성과를 얻었다.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이 통과되면서부터 국제회의 위상이 급격하게 상승됐다. 작년 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회의에는 13개국 50개 단체들이 참석했다. 각국 정부대표와 외교사절, 인권정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로 성장했다. 회의의 특징 중 하나가 동구권 국가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것이다. 과거 자신들이 공산권에서 인권유린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고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큰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이번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이유가 있다면.
3회 회의부터 도쿄, 프라하, 바르샤바를 돌면서 외국 여론을 환기시키고, 유엔 차원의 대북인권활동을 촉구해왔다. 그 결과 인권결의안이 두 번이나 통과되었고 특별보고관 보고서도 위원회에 보고되었다. 국제회의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목표가 유엔인권위에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과 특별보고관 활동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 당면목표가 달성이 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저조하다. 정부 당국자부터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들에게 북한인권문제 현실과 국제적 여론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유럽형 모델 적용을 위해 ‘다자간 협의를 통한 북한인권개선 방안 논의’
-이번 대회를 통해 유엔 결의안이나 인권법과 다른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가.
이번 회의 일정 중에 ‘다자간 협의를 통한 북한인권개선방안’이란 토론 주제가 있다. 유럽에서는 아직도 인권문제에 대해서 다자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EU가입 전제조건으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동구 유럽 인권개선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던 헬싱키 협정에서 찾을 수 있다. 헬싱키 협정을 보면 인권문제만 따로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문제, 경제문제, 인권문제를 한꺼번에 다뤘다. 경제에서 양보를 하면 인권에서 뭔가를 얻는 방식이다. 안보도 위협당하지 않고 경제교류를 하면서 인권도 함께 발전시키자는 차원이다. 매우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접근방식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에도 이 모델 적용이 가능한지 이번 회의에서 논의해보려고 한다.
-이번 국제회의에는 북한인권 관련 명망가와 전문가, NGO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해외 북한인권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무엇인가?
국제회의는 단순히 학술적인 회의만 하는 곳이 아니다. 북한인권 관련 NGO와 전문가들이 한 해 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올해 개최될 유엔인권위에 관심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여기에 관련된 활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관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유엔인권위원회에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가 제출되면 이 보고서에 대한 승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예상대로 승인을 받게되면 이 보고서가 유엔인권위 공식 견해가 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크게 반발을 하게 될 것이고, 친북단체들은 그곳에서 채택반대 로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별보고관의 보고서가 무난히 접수되는 방안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과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아마 채택을 위한 연합 로비단을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국정부가 북한과 진행중인 인권대화 발표 계획
-해외 초청인사 중에 가장 주목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현재 북한과 인권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영국 정부의 경과보고도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찰스 무어 영국외교부 코리아 팀장이 직접 참석, 영국정부가 그동안 북한과 벌였던 인권대화를 설명하고 전망을 말하는 시간이 있다.
-이번 국제회의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뜨거운 것 같다. 국내 정치권이나 인권단체들에 이번 회의에 참가 의사를 통보한 적이 있는가.
이번 회의는 참가의사만 있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우리가 부르고 말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특정인만 초대해서 오해를 살 필요도 없다. 정치색으로 판단하게 될 염려가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면 친(親) 한나라당, 정부인사가 오면 친정부적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미 많은 정치권 인사와 인권관련 단체들이 참가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친북단체들 국제감각 상실, 도 넘었다
-친북단체들은 이번 회의를 “반북(反北) 모략행위이자 남북화해무드를 역행하는 반민족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에 의한 회의방해가 예상되기도 하는데.
이번 국제회의는 반북운동, 북한체제붕괴운동과 거리가 먼 행사다. 북한인권상황이 개선되고 북한주민들도 우리와 같은 수준의 인권을 누린다면 남북평화통일에도 기여하고 통일후에도 큰 위화감이 없이 살 수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제회의를 오랜 기간 활동해온 단체들과만 함께해왔다. 이번 공동 주관단체들도 국제인권법학회, 국제전문대학원이다. 이념이나 정치색이 없는 전문대학원과 학술단체이다. 북한인권문제를 객관적으로, 비정치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주목해달라. 이번 행사를 ‘반북책동’으로 보는 것은 우리 단체 성격에 대한 무지와 북한인권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한 외면에서 비롯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그들을 설득하는 입장에 설 것이다. 아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동안 국제회의를 통해 북한인권개선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나.
그동안 국제회의는 유엔인권결의안 채택과 특별보고관 활동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그 결과 두 가지 모두가 우리가 요구한대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정말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우리사회는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임명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특별보고관이 가지고 있는 위상은 매우 높다. 보고관은 인권문제 국제전문가여야 한다. 전문가가 보고서를 작성하면 국제연합 총회와 유엔인권위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거기서 접수가 되면 국제연합의 공식견해가 된다. 북한도 유엔 회원국이다. NGO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우 강력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인권운동은 통일을 위한 정신적 인프라 구축 과정
-윤이사장님은 고령이신데도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인권개선 활동을 진행하면서 세운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70,80년대 우리나라 군사정권하에 있을 때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한국지부를 창설했다. 그곳에서 사무총장으로 13년간 활동을 했다. 그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지금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이해찬, 유인태, 이철, 이재오 등이 연루된 민청학련 사건이었다. 그 당시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그들을 전면적으로 지원했다. 재판기록을 본부에 보내서 국제여론을 환기시키고 모금활동을 통해 변호사비용, 기혼자일 경우 생활비까지 지원했다. 나 자신도 나름대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활동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 인권 측면에서 많은 성장을 했다. 한국의 인권수준이 성장했지만 북한은 아직도 인권 후진국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는 북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인권운동이 가장 필요한 이유는 우리를 위해서다. 북한 인권향상은 통일을 위한 정신적 인프라 구축 운동이다. 북한인권 수준이 향상되어야 결국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에도 갈등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또한 북한인권 활동은 아시아 전체의 인권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후에도 여기서 훈련되고 양성된 젊은이들이 아시아 인권개선 활동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결코 북한으로 끝나지 않는다. 북한인권 운동을 통해서 성장한 젊은이들이 각종 교육과 교류를 통해서 아시아 인권개선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일을 위해 앞으로 10년은 현역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대담∙정리=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