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겪은 억울한 사연 털어 놓으니 속이 후련”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이하 신고센터) 개소 첫 날인 3월 15일. 개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로 인권위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당일 하루에만 2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그로부터 3개월 지난 지금, 그동안 얼마나 많은 탈북자들이 이곳을 찾아 북한에서 겪었던 인권침해를 신고했을까?









▲이용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북한인권팀장이 탈북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김봉섭 기자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신고센터 개소 이후 현재까지 10여명이 내방해 상담 신고를 했고, 110여명이 전화 신고를 한 상황이다. 2만3000명에 달하는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무색할만큼 초라한 성적표다.


혹시 신고 절차가 복잡해서 탈북자들이 쉽게 찾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북한에서의 기억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탈북자들에게 이러한 신고센터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데일리NK는 신고센터의 운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제 북한에서 겪은 인권침해사례를 신고하기 위해 인권위를 찾은 한 탈북여성를 동행 취재했다. 2009년 한국에 입국한 이 여성은 양강도 출신으로 북한에서 기업소 노동자로 일했다.


9일 오전 10시 이 여성과 함께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상담실에 앉아있던 이용근 인권정책과 북한인권팀장이 일어나 자리를 권하고는 “어떤 인권침해 사례를 신고하러 오셨죠?”라며 말을 꺼낸다. 그러자 이 여성은 “친한 친구 남편이 보위원한테 맞아 죽었어요”라며 다소 격양된 어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 팀장은 이 여성을 진정시킨 후 인권침해사례신고 접수에 필요한 신고자의 이름·탈북일시·입국 전 체류장소·현재주소·연락처 등 인적사항 기입을 부탁했다. 신고서에는 침해 주체자의 직업·이름·당시 상황·피해자의 신상정보 등을 기입하도록 돼 있었다.


신고서 작성 절차가 끝나자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어떤 인권 침해 사건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얘기에 이 여성은 작심한듯 북한에서 겪고, 또 목격했던 인권침해 사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 남편이 단련대에 끌려 갔어요. 보위부 3명에게 심한 구타를 받아 죽는 장면을 내가 직접 목격했는데, 당시 그 사람이 식중독 때문에 죽었다고 발표했어요. 친한 친구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 보위원들에게 맞아 죽었다고 증언하고 부검을 시도했죠. 그랬더니 그 사람의 두개골이 박살나 있었어요.”


이 여성의 증언은 한동안 계속됐다. 이 팀장은 증언을 경청하는 와중에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다. 그러면서 구체화인 증언을 이끌기 위해 “어디서 일어난 일인가요?” “언제였는지 기억나세요?” “어떻게 그상황을 보게 된 거죠?”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지 4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상담은 종료됐다. 이 팀장은 “탈북과정에 발생한 인권 침해 사례나 그밖의 사례가 있다면 편지나 전화를 부탁드린다, 바쁜데 와주셔서 감사하다” 면서 “오늘 접수받은 사항을 좀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 전화를 다시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마친 여성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할 만한 곳이 없었다. 증언은 한국에 와서 처음하는 건데 속이 후련하다”며 만족해했다.


이렇게 접수·상담이 종료된 인권 침해사례에는 담당 조사관이 배정되고,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침해 일시·주체· 장소 등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본인의 인권침해사례가 아니어도 신고가 가능하다. 3자가 인권침해를 겪는 것을 직접 목격했거나, 들은 바에 대해서도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고센터는 증언의 구체화와 향후 피해자 보상, 가해자 처벌을 위한 증거 확보 차원에서 신고자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이 팀장은 상담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탈북자들의 인권침해신고 상담은 일반적인 인권침해 상담과 다르다”며 “탈북자들은 북한에서의 침해 사례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오는 과정까지 말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담이 오래 걸리고 (증언 내용의) 구체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사례는 거의 없다. 신고자 대부분이 우편과 전화를 통해 신고한다”면서 “탈북자들이 인터넷 접근도가 떨어진다는 점, 생활에 바쁘다는 점 등이 신고 건수가 적은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고센터는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전국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직접 방문해 상담하고, 신고 사례를 접수하는 계획을 확대·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직접 신고센터를 방문하기 어려운 탈북자들은 전화를 통해 접수할 수도 있다. 거주하는 곳에 따라 내방 또는 전화상담으로 분류, 신고접수를 진행한다. (신고전화 ☎2125-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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